若一志 無聽之以耳 而聽之以心 無聽之以心 而聽之以氣 聽止於耳 心止於符 氣也者 虛而待物者也 唯道集虛 虛者心齋也
약일지 무청지이이 이청지이심 무청지이심 이청지이기 청지어이 심지어부 기야자 청이대물자야 유도집허 허자심재야
-마음을 하나에 집중하되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로 들어야 한다. 소리는 귀에 그치고, 마음은 부합하는 것에 그친다. 기라는 것은 비워서 만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진정한 도는 빈 곳에 모인다. 비우는 것을 심재라 한다. - 인간세(人間世)
<<장자>> 4편 <인간세>는 안회와 공자의 긴 대화로 시작합니다. 실제 대화가 아님은 물론입니다.
폭군이 다스리는 위나라로 건너가서 어지러운 정치를 바로잡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겠다는 안회를 공자가 막아서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공자는 현실 정치의 냉혹함을 알지 못하는 안회의 순진함을 걱정합니다. 그의 눈엔 사랑하는 제자가 화를 당할 것이 너무도 또렷이 보였지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주장을 내세우려는 안회의 방식은 실패할 것이 뻔했습니다. 그래서 정치의 기본이 제대로 듣는 것에 있음을 피력합니다. 바로 위의 구절이지요.
공자가 강조하는 경청의 방식은 기로 듣는 것입니다. 귀로 듣는다는 것은 상대의 말소리만을 듣는 것이요, 마음으로 듣는다는 것은 '나'의 주장에 부합하는 것만을 받아들이는 것이기에, 공자는 이 둘을 넘어서는 방식을 제안합니다. 목욕재계하듯 마음을 깨끗이 씻어 텅 비움으로써 모든 선입견과 편견을 내다 버린 상태에서 있는 그대로 만물을 받아들이듯 들으라는 것입니다.
공자의 입을 빌려 들려 주는 장자의 말은 일반인이 실천하기엔 어려운 일임에 분명합니다. 특히, 도저히 들어 줄 수 없는 헛소리들을 쏟아내는 3류 정치꾼들이 가득한 정치판과 그들의 말만을 포장해 주는 썩은 언론이 주류 행세를 하는 현실에서 '심재'를 통해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경청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소통하지요. 따라서 언어의 교환이 가능하지 않은 사이가 되면 소통은 단절됩니다. 상대의 언어를 기로 들은 후에도 '내'가 건넬 언어를 찾을 수 없을 때, 자발적 불통이 시작됩니다. 말을 섞을 의지조차 소멸할 때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종착역에 도달하게 됩니다.
생각과 기질이 다른 사람과 억지로 소통할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 인간은 상이한 OS에서 구동되는 호환 불가능한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습니다. 서로에게 수용될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닫고 멀어지는 것이 유일한 해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