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심

by 오종호

5편 <덕충부(德充符 )>에는 외모가 추하거나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겉모습의 미추를 구분하듯 선악, 생사, 빈부, 고하, 다소 등을 변별하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비판하기 위한 장자의 의도적 장치입니다.


노나라의 왕태는 형벌을 받아 한쪽 발이 잘린 장애인이었습니다. 특별히 가르치는 것도 없고 어울려 토론하는 바도 없지만 그에게는 공자만큼 많은 제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공자의 제자 상계가 '말없는 가르침(不言之教)'이라는 것이 있는지 의아해하며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불언지교는 <<도덕경>> 43장에 들어 있습니다.


天下之至柔 馳騁天下之至堅 無有入無間 吾是以知無爲之有益 不言之敎 無爲之益 天下希及之

천하지지유 치빙천하지지견 무유입무간 오시이지무위지유익 불언지교 무위지익 천하희급지

-천하의 지극한 부드러움은 천하의 지극한 딱딱함을 타고 달린다. 있음이 없기에 빈틈없는 곳에 들어간다. 나는 이에 무위의 유익을 안다. 말없이 가르치는 무위의 이로움, 천하에 이에 미치는 것은 드물다.


공자가 대답합니다. "그 분은 성인이다. 나는 천하 모든 사람을 이끌고 그를 따르고 싶을 정도다." 공자가 왕태를 존경하는 이유는 분별심 없이 만물을 포용하는 덕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자의 설명을 들은 상계는 왕태의 수양의 핵심이 '항심(常心)'을 얻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항심이란 외부의 사건이나 대상에 영향 받는 사람들에게는 없는 '한결같은 마음'이지요. 세상에 작동하는 이치, 곧 도를 깨닫게 된 후 획득하게 되는 부동심입니다.


공자에게 왕태는 천지를 본받아 만물을 품고 육신을 일시적인 거처로 여기며 감각기관을 통해 수용되는 외부의 정보에 현혹되지 않으면서 모든 앎을 하나의 지혜로 꿰뚫은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라면 따르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겠지요?


<덕충부> 편에서 장자는 공자를 자주 등장시킵니다. 장자가 보기에 공자는 깨달음의 경지까지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때로는 겸손한 모습으로, 때로는 부족한 모습으로 공자가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