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곡

by 오종호

숙산무지는 노나라 사람으로 형벌을 받아 발가락이 잘렸습니다. 어느 날 발뒤꿈치로 걸어 찾아간 그에게 공자가 말합니다. "선생은 전에 삼가지 않아 죄를 짓고 이리 되지 않았소? 지금 와서 어디에 이르겠소?"


공자의 말에 숙산무지는 실망합니다. "무릇 하늘은 덮어 주지 않는 것이 없고, 땅은 싣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천지 같다고 여겼는데 이러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 말에 공자가 사과하고 그를 안으로 들였지만 숙산무지는 기분이 많이 상했던 모양입니다. 그는 노담(노자)을 찾아가 공자를 비판합니다.


"공구는 지인(至人)이 되기엔 아직 멀었습니다. 그런 자가 어찌 학자 행세를 하는 것입니까? 저 자는 헛된 명성을 바라는 모양이던데, 지인이 자신을 위하는 것을 질곡으로 여긴다는 것을 알지 못하나 봅니다."


노자가 말합니다. "그 자로 하여금 죽음과 삶은 한 가지이고 옳고 그름은 하나로 통한다는 점을 바로잡아 주어 질곡에서 풀어 주지 그랬나?"


숙산무지가 답합니다. "하늘이 공자에게 벌을 내린 것인데, 어찌 풀어 줄 수 있겠습니까?"


장자는 공자를 한참 아래로 보고 있습니다. 여전히 분별심에 사로잡혀 있는 하수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노자나 장자가 보기에 유가의 세속적 학문은 도를 깨닫게 해주는 방법과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속박하는 질곡으로 작용할 뿐입니다.


부와 명예에 집착하면 결국 그것의 노예로 전락하고 맙니다. 보이지 않는 그것의 쇠사슬과 수갑에 묶인 줄 모르고 평생 그 주위를 떠돌다 가는 것이지요. 실력을 연마하여 자격을 갖추면 무위(無爲)로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그 전까지 억지로 좇아 가져 봐야 일시적일 뿐입니다. 분수에 맞지 않게 감당할 수 없는 것을 쥐면 그 무게에 심신이 망가질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