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by 오종호

有天道 有人道 無爲而尊者 天道也 有爲而累者 人道也... 天道之與人道也 相去遠矣 不可不察也

유천도 유인도 무위이존자 천도야 유위이루자 인도야... 천도지여인도야 상거원의 불가불찰야


-하늘의 도가 있고, 인간의 도가 있다. 무위로 하면서 존귀한 것이 하늘의 도이고, 유위로 하면서 속박하는 것이 인간의 도다... 천도와 인도는 서로 거리가 머니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 <재유在宥>



<<장자>> 외편에는 <<도덕경>>에서 따온 내용이 많습니다. 장자의 후학들이 <<도덕경>>에 담긴 노자의 사상을 열심히 참고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자>>를 읽기 전 <<도덕경>>을 먼저 공부하는 것이 필수이지요.


인간의 몸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의 눈으로 세상을 감각하며 사는 것은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남다른 감성으로 인간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 세상 만물과의 교감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으나, 인간의 언어 체계에 갇혀 있는 한 인간을 초월한 사유와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노자와 장자가 인식하는 천도의 작동 방식은 '무위'입니다. 억지가 없는 것이지요. 본래 그러한 대로 순환적 반복을 지속하는 것이 우주 자연의 운행 이치입니다. 인간을 포함한 세상 만물은 그 이치 안에서 살아갑니다. 출생과 삶, 그리고 죽음의 과정을 통해 숱한 변화가 일어나는 듯 보이지만 그 변화를 관장하는 변치 않는 이치가 있습니다. 그 이치를 이해하면 모든 것은 그저 존재하고 동시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한의 개념 위에서는 시간도 무의미합니다.


'생각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근원에 대한 질문 앞에 서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모든 것을 우연으로 돌리면 골치 아픈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겠지요. 하지만 물리적 우주에도 천도에도 우연은 없습니다. 모든 존재자는 무위의 인연 안에서 운명적으로 살아갑니다. 결정론적 운명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를 가진 범주적 운명입니다. 이것은 진리입니다. 깊은 공부를 통해 지혜의 눈을 뜨게 되면 우리의 본질에 대해 깨닫게 됩니다. 노자와 장자가 왜 무위에 귀의할 수밖에 없었는지, 석가모니가 왜 아나트만(Anātman. 무아(無我))을 설파했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이 과정 없이 아트만(ātman. 진아(眞我))을 찾는 시도는 숙명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허상이기 때문이지요. 노자와 장자가 도(道)라고 명명한 것과 그것의 무위성은 불교나 주역 등의 텍스트와도 연결됩니다. 위대한 인간들이 도달한 진리는 동일합니다. 저마다의 언어가 다를 뿐입니다.


반면 인간의 도, 인도는 말 그대로 인위적입니다. 인간의 이데올로기, 법, 제도, 규범, 사상 등은 태생적으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합니다. 인간의 영혼이 확장되지 않도록 현실에 옭아맵니다. 장자는 천도를 닮은 인간의 본성을 파괴하는 그것의 기능을 통찰합니다. 천도를 이해하고 무위의 리더십을 펼치는 리더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들의 뜻은 언제나 무도한 반대 세력의 저항에 부딪혀 자주 좌절됩니다. 물질과 권력을 소유하려는 본능적 욕망에 충실한 자들의 가슴속에 하늘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저 종교라는 형식을 활용할 뿐이지요. 자유와 평등, 평화와 번영, 민주와 정의, 분배와 복지, 공정과 상식 등 공동체 구성원들의 공존과 공생을 위한 가치는 그들 세력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그저 사람들을 현혹하기 위한 입에 발린 소리일 따름이지요.


인간 사회가 그런 자들 주도 하에 끌려가는 동안은 사람들의 고통이 극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자와 장자는 인도의 속성이 반천도적인 한 세속의 삶은 덧없다고 보았습니다. 그것은 바꿀 수 없는 세상 앞에서의 절망일 수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그들의 사상이 비겁하지 않은 까닭은 유한한 생을 살다 가는 인간에게 행복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이고, 그것은 무도한 인위의 세상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을 때 확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마치 세상을 떠도는 배낭 여행자의 여유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인간의 세상에 머무르는 한 자기 개인의 행복보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그것을 위해 투신하는 이들의 삶은 아름답습니다. 천도를 말하지 않아도 그들은 천도를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무도한 자들이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를 세상으로부터 걷어 내려는 그들의 헌신적 투쟁과 희생의 삶은 생각하는 인간들에게 시대를 뛰어넘은 감동을 줍니다. 삶의 이정표가 되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