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by 오종호

수레바퀴 만드는 일을 하는 윤편이 독서 중인 제나라 환공에게 다가와 무슨 책을 읽는지 묻습니다. 성인의 말씀이라고 환공이 답하자 윤편이 도발합니다. "그렇다면 전하께서 읽고 계신 것은 옛 사람들의 찌꺼기(고인지조백(古人之糟魄))일 따름이군요!"


열받은 환공이 말합니다. "수레바퀴 만드는 자 따위가 과인이 읽는 책에 대해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 연유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윤편은 여유만만하게 대답합니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천천히 하면 느슨해지고, 급히 하면 엉성하여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치가 있어 저는 그것을 제 자식에게 전할 수 없고 자식도 전수 받을 수 없기에, 나이 칠십이 되어서도 제가 직접 하고 있습니다. 옛 사람들도 다 전하지 못하고 죽었을 테니, 전하께서 읽으시는 것은 그들의 찌꺼기 아니겠습니까?"


장자는 세상 사람들이 지식을 얻기 위해 중시하는 책을 비판합니다. 책이란 곧 말이고 말이란 의미를 전달하는 기능을 하기에 중요한데, 정작 중요한 의미는 말로 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은 그저 말을 중히 여길 뿐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노자가 했던 말을 반복합니다. "지자불언 언자부지(知者不言 言者不知)-아는 사람은 말이 없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도덕경>> 56장).


그렇다고 장자가 책을 읽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도(道)에서 멀어지게 하는 당대의 지식이 담긴 책을 멀리하고 진정한 배움의 길로 들어서라는 것이지요. 그 길에는 세상의 흔한 책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이로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곧 '불언지교 무위지익(不言之敎 無爲之益)-말없이 가르치는 무위의 이로움(<<도덕경>> 43장)'이 그것입니다.


사는 동안 도서관과 서점의 책들을 다 읽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가려 읽어야 합니다. 지식을 넘어 지혜를 기르는 책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