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by 오종호

兵莫憯於志 鏌鋣爲下 寇莫大於陰陽 無所逃於天地之間 非陰陽賊之 心則使之也

병막참어지 막야위하 구막대어음양 무소도어천지지간 비음양적지 심즉사지야


- 무기는 마음만큼 잔혹한 것이 없다. 막야와 같은 명검도 아랫급이다. 도적은 음양만큼 큰 것이 없어서 천지지간에 피할 곳이 없다. 음양이 사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그렇게 시키는 것이다. - 경상초(庚桑楚) / 장자-잡편1



내면을 충실히 가꾸는 사람은 부질없는 부와 명예를 좇지 않습니다. 반면에 외면에만 신경 쓰는 사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것을 추구하지요. 그 과정에서 순리를 어기고 타인을 해코지하는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장자의 말입니다.


위의 구절은 이 다음에 이어집니다. 인간 세상을 주재하는 것은 사실 음양이고, 만물은 그것의 이치에 따라 살아가는 것입니다. 어떤 생명체도 이 섭리에서 벗어날 수 없지요. 그런 면에서 한치의 어긋남 없이 인간의 삶에 영향을 행사하는 음양의 위세란 지대한 것입니다. 좋은 비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음양이란 그래서 기세등등한 큰 도적과 같다는 것이지요.


사실 음양의 이치를 터득하고 나면 타고난 성정의 위력이 얼마나 센지 알게 됩니다. 그럼에도 모든 것을 음양의 탓으로 돌리면 인간은 자유의지를 갖지 못한 알고리즘의 노예와 다를 바 없게 되지요. 인간은 운명적으로 설계된 존재이면서 동시에 일정 정도의 자유의지 역시 부여 받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선택하는 일이 인간에게는 늘 중요한 과제로 대두됩니다. 타자를 해치기를 마다하지 않는 자들의 선택이란 언제나 한 가지 이유에 근거하지요. 바로 자신의 이익입니다. 그런 마음이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한 장자의 말대로 그것은 세상 무엇보다 잔혹한 무기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