以德分人謂之聖 以財分人謂之賢 以賢臨人 未有得人者也 以賢下人 未有不得人者也
이덕분인위지성 이재분인위지현 이현임인 미유득인자야 이현하인 미유부득인자야
- 덕으로 타인에게 베푸는 것을 성이라 하고, 재물로 타인에게 베푸는 것을 현이라 합니다. 현으로 타인에게 군림하면 사람을 얻을 수 없지만, 현으로 타인보다 낮아지면 사람을 얻지 못함이 없습니다. - 서무귀(徐無鬼) / 장자-잡편2
제나라 환공이 관중의 문병을 가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람을 천거해 달라고 합니다. 자신은 포숙아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하면서요.
관중은 제환공이 포숙아를 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가 지나치게 청렴결백하기에 자기보다 못난 사람과는 가까이 지내지 않고, 남의 잘못을 들으면 평생 잊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그가 결국에는 임금을 속박할 것이요, 백성들과도 어긋날 것이라고 말하며 대신 습붕을 추천하지요. 위의 구절은 관중이 습붕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한 말입니다.
관중과 포숙아는 우리에게 '관포지교'로 익숙하지요. 냉정히 말하면 언제나 포숙아가 관중을 보살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포숙아가 일방적으로 관중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관중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그를 외면하지요. 관중이 자신을 재상으로 천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고도 포숙아는 사사로운 인연에 얽매이지 않은 그를 칭찬했다고 합니다. 따지고 보면 제나라 재상 자리는 본래 포숙아의 것이었고, 죽임을 당할 처지에 놓인 관중을 그 자리에 앉힌 것도 포숙아였지만, 관중은 자신의 후임으로도 포숙아가 걸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의 판단은 잘못된 것일까요?
루소의 사상을 신봉한 로베스피에르는 '디 인커럽터블(The Incorruptible. 부패할 수 없는 자, 청렴한 사람)'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극도로 검소하고 금욕적인 삶을 지속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청렴함은 공포정치로 이어졌고, 수많은 사람들의 목이 단두대에 나뒹굴었습니다. 자신의 혁명관만을 옳다고 믿은 그에게 반동 세력이나 혁명성이 의심되는 아군 세력은 모두 처형되어야 할 적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관중은 포숙아에게서 로베스피에르의 모습을 보았겠지요. 예나 지금이나 정치판은 포숙아가 기대하는 맑은 물이 될 수 없는 무대입니다. 맑은 물에서 살아야 할 물고기가 흙탕물로 넘어오면 결론은 뻔합니다. 포숙아는 공격 당해 상처 입고 고립되거나 제거되겠지요. 결국 자신이 애용했던 단두대에 자신의 목이 잘리게 된 로베스피에르처럼 될 뿐임을 관중은 내다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정치의 귀재였으니까요. 물론 관중은 포숙아에게 간신배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할 수 있는 로베스피에르의 강단이 결여되어 있음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관중의 판단은 일평생 자신을 알아 주고 자신의 편에 서 주었던 벗을 위한 것이었다고 우리는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나치게 고고함을 추구하는 사람은 위험합니다. 타인에게도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폭력성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자기들만이 고고하다고 착각하는 자들입니다. 이런 자들은 자신들의 무오류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히 비판 세력을 억압하고 제거하고자 폭력을 행사합니다. 검찰 독재가 작동하는 방식이 이러하지요. 물론 그 끝이 어찌 전개될지는 로베스피에르가 잘 보여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