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

by 오종호

知遊心於無窮 而反在通達之國 若存若亡乎

지유심어무궁 이반재통달지국 약존약망호


- 끝이 없는 곳에서 마음을 놀게 하다가 유한한 국토로 되돌아오니 있는 둥 마는 둥 하지요? - 칙양(則陽) / 장자-잡편3



동맹을 맺었던 제나라가 배신하자 위나라 조정이 시끄럽습니다. 당장 군사를 일으켜 제나라를 정벌해야 한다는 신하가 있는가 하면 천하를 통일할 기반을 갖추어 왔는데 그것을 허물어 버릴 혼란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신하가 있어 위나라 혜왕은 고민에 빠지고 맙니다. 이때 혜자가 위나라의 현자 대진인을 임금에게 소개합니다.


혜왕을 만난 대진인. 뜬금없이 달팽이 얘기를 꺼냅니다.


"달팽이의 왼쪽 뿔에 촉씨라는 나라가 있고 오른쪽 뿔에 만씨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두 나라가 영토를 두고 싸워 시체가 수만이요, 패배하여 달아나는 적군을 보름 동안 쫓은 끝에 비로소 물러났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혜왕이 '뭔 헛소리'냐고 쏘아붙이자 대진인이 이번엔 천지 사방에 끝이 있겠느냐고 묻습니다. "없소"라는 대답이 나오자마자 대진인이 위의 구절과 같이 말합니다. 이어 대진인은 치명타를 날립니다.


"유한한 땅 가운데 위나라가 있고 위나라 안에 수도 대량이 있으며 수도 안에 전하께서 계시니, 만씨와 전하가 다를 바 있을까요?"


혜왕은 깨우침을 얻습니다. 유한한 인간의 삶, 유한한 인간의 땅이 광대무변한 우주 속 티끌처럼 느껴졌다면 그는 전쟁을 택하지 않았겠지요.


인간은 돈벌레가 되어 땅을 기어다닐 수도 있고 깨달은 자가 되어 대자유를 누릴 수도 있습니다. 높은 이상을 드넓은 가슴속에 품게 된 사람이라면 대붕의 날개를 펴고 훌쩍 날아오를 바람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때가 될 때까지 단련시킨 날개로 힘차게 바람에 올라타겠지요.


유한한 한 줌의 돈과 유명세에 취해 기고만장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숱하게 보았습니다. 그들의 가슴은 너무 작아 한 줌의 경험과 지식 외에 담긴 것이 없었습니다. 가슴 안에 지혜의 바다와 깨달음의 우주를 품은 옛 성인들의 텍스트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인식 지평을 무한히 확장해 나가야 합니다. 하나 마나 한 말을 하고 쓰나 마나 한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기에 인생은 너무도 짧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