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가 감하후를 찾아가 곡식을 빌려 달라고 하자 그가 말합니다. "알겠소. 나중에 세금을 걷게 되면 그대에게 삼백 냥을 빌려 주겠소."
이 말에 장자가 화를 내며 얘기합니다.
"내가 어제 이리로 오던 중 길에서 누가 불러 뒤를 돌아보니 수레바퀴 자국에 붕어 한 마리가 있더군요. 거기서 뭐하는 거냐고 물어보자 붕어가 말했습니다. "나는 동해 바다의 은총을 입은 신하입니다. 선생에게 한 바가지의 물이 있다면 그것으로 나를 좀 살려 주시구려." 그래서 내가 얘기했습니다. "알겠다. 내가 남쪽의 오나라, 월나라 왕한테 가서 서쪽 강물을 네 쪽으로 끌어오도록 해주마." 그러자 붕어가 화를 내며 말하더군요. "늘상 있던 곳을 벗어나 거처할 곳이 없어졌으나 한 바가지의 물을 얻기만 하면 살 수 있는데 당신이 이렇게 말하니, 일찌감치 어물전에서 나를 찾는 것만 못하겠구려.""
'학철부어(涸轍鮒魚-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있는 붕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가 된 <<장자>>의 한 대목입니다. 이 구절에 들어 있는 '고어지사(枯魚之肆-목마른 물고기의 어물전)'와 함께 매우 곤궁하고 옹색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비유하는데 쓰이는 표현이지요.
장자가 주장하는 구제 방식을 표어로 만들면 '즉시, 실효성 있게' 정도가 될 것입니다. 퇴계 이황은 여러 계(戒-경계하는 말. 가훈)를 남겼는데 그 가운데 구휼과 관련된 '계구휼'에는 다음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굶주린 사람이 있거든 갚을 것을 바라지 말고 금품을 빌려 주어 긴급히 살리도록 해라.' 장자가 주장하는 바와 같지요.
"경제는 대통령이 살리는 게 아니"라고 말했던 어느 대선 후보는 대통령이 된 후 자신의 철학을 묵묵히 실천해 왔습니다. 그의 말에는 '경제를 누가 살리는 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나는 아니'라는 생각이 담겨 있는 셈이지요. 경제를 살릴 의지도 책임감도 없으니 경제는 날마다 조금씩 말라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살맛나는 민생 경제 운운하는 번지르르한 말과는 달리 실제로는 민생 경제를 파탄내면서 오로지 부자들을 위한 정책만을 펴는 이 정권이 어려운 국민들을 구제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죽어서 천국 가기를 바라는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루소는 인간에게 두 개의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자연적/신체적 불평등과 도덕적/정치적 불평등이 그것이지요. 그는 인위적 산물인 후자를 진짜 불평등이라고 말했습니다. 불평등을 심화하는 정치, 구제를 외면하고 방치하는 정치, 소유욕과 과시욕에 부응하는 정치로 인해 무너지는 나라와 고통 받는 국민을 구원할 '실효성 있는 즉각적인' 방안은 눈앞의 총선 승리이지요. 압도적 승리, 그것이 지금 이 나라에 필요한 한 바가지의 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