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박

by 오종호

既已縣矣 夫無所縣者 可以有哀乎

기이현의 부무소현자 가이유애호


-이미 얽매여 있다. 만일 얽매인 바가 없다면 슬픔이 있겠느냐? - 우언(寓言) / 장자-잡편5



증자가 말합니다. 부모 살아 생전에 벼슬했을 때는 봉급이 적어도 마음이 즐거웠지만,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는 봉급이 많이 올랐어도 슬프기만 했다고.


이에 대한 어느 제자의 질문에 공자가 위의 구절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공자는 증자의 마음이 여전히 외물에 휘둘리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증자에게 있어서 월급이 오르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기뻐할 만한 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런 기쁜 일도 부모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 앞에서는 기쁘지 않은 일로 바뀌고 만다는 것입니다. 언뜻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만일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증자의 남은 인생에는 어떤 즐거움도 없게 된다는 뜻이 됩니다. 급여 인상이란 임원 승진, 주식 대박, 로또 당첨, 국회의원 당선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 외부 조건에 불과할 뿐이니까요.


외부의 조건과 상황에 속박되어 있는 마음이란 항구에 닻을 내리고 있는 배와 같습니다. 먼 바다를 향해 출항하지 않는 이유로 닻의 무게를 핑계 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대양을 누비려는 선장이라면 그런 핑계를 댈 시간에 닻줄을 끊어 버릴 테지요.


'제사 지내지 마라, 쓸데없는 짓이다.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다. 기억하지 마라, 잊고 살아라. 너도 너의 삶을 살다 가라.'


제가 자식에게 남길 유언입니다. 제가 자식을 모르듯이 자식도 저를 알 수 없습니다. 자식은 진짜 저의 모습을 기릴 수 없습니다. 제 안의 이상과 사랑과 노력은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따름입니다. 진실의 소멸, 그것이 개별적 죽음입니다. 소멸된 진실과의 작별은 한 번이면 족합니다.


우리가 늘 호출하여 상기해야 할 것은 오직 역사입니다. 공동체의 삶과 죽음에 담긴, 소멸되어서는 안 되는 최선의 객관적 진실입니다. 이승만이라는 인간 백정을 건국의 아버지로 부활시키려는 자들이 품고 있는 야욕은 오직 한 가지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익을 추구하는 인간형의 정당화입니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진짜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인간답게 살자는 것입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인간의 도(道)는 오직 승리이고, 쟁취이며, 지배입니다. 그 길은 패배한 자, 빼앗긴 자, 짓눌린 자들의 눈물과 피로 젖어 있습니다. '인간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너희들은 인간이 아니'라고 말해 주는 것, '인간의 의미를 다시 세우는 것', 이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자이트가이스트. Zeitgeist)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