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by 오종호

可與往者與之 至於妙道 不可與往者 不知其道 愼勿與之 身乃無咎

가여왕자여지 지어묘도 불가여왕자 부지기도 신물여지 신내무구


-함께 갈 만한 사람과 더불어 가면 미묘한 도에 이를 수 있지만, 함께 가면 안 되는 사람과는 결코 함께하지 말아라. 그러면 재앙이 없을 것이다. - 어부(漁父) / 장자-잡편9



자공과 자로는 공자에게 자신들이 만난 어부의 말을 전합니다. 어부는 공자가 스스로 마음을 괴롭히고 몸을 수고롭게 함으로써 본성을 위태롭게 하기에 도에서 멀리 벗어난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자들의 말을 들은 69세의 공자는 벌떡 일어나 어부를 찾아가 가르침을 청합니다. 어부는 긴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사람들이 저지르는 여덟 가지의 허물이나 삼가야 할 네 가지 근심 따위의 내용입니다.


어부가 공자에게 전하는 말의 핵심은 참된 본성을 알고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의를 따지고, 차이를 분별하며, 현상의 변화를 모두 이해하고, 감정을 억지로 다스리려 하는 등의 자세를 버리지 못하면 본성을 잃고 자신을 망친다는 것입니다. 마치 그림자를 떼어 놓기 위해 멈추지 않고 걸음을 더욱 재촉하다가 지쳐 죽은 사람처럼 말이지요. 그림자를 사라지게 하려면 그늘에 가면 그만인 법이고, 걸음을 멈추면 발자국도 생기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줍니다.


어부는 마지막으로 위의 말을 남깁니다. 자신과 함께하며 가르침을 받아 대도(大道)에 대한 배움을 마치고 싶다는 공자의 요청을 완곡히 거절하면서 말이지요. 한마디로 '너는 내가 더불어 갈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공자는 아직 노력할 바가 많이 남아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지요. 도가의 호방함과 유가의 미흡함을 동시에 얘기하고 있습니다.


동행자가 있는 여정은 즐겁습니다. 함께 떠들고 놀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서로에게서 배우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기쁨이란 분명 생각만으로도 가슴을 벅차게 하는 힘이 있지요.


하지만 우리에겐 이미 매순간 함께하는 동행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정신은 몸 안에 탑승한 동반자요, 몸은 정신이라는 어수선한 승객을 태우고 가는 자동차와 같습니다. 멀고 험한 길을 가려면 주기적인 정비와 맑은 정신의 확보가 필수입니다. 정비되지 않은 자동차는 고장을 일으키기 마련이고, 집중력을 잃은 산만한 운전은 사고를 초래하는 법입니다. 무엇보다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낯선 곳에서 검증되지 않은 승객을 태우고 그에게 운전대까지 맡겨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겠지요.


저에게는 가야 할 '남해'가 있습니다. 떠나오고 싶지 않았지만 등을 돌리고 멀어져야만 했던 제 안의 그곳을 향해 하루하루 저만의 여정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남해'가 있으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