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by 오종호

天寒既至 霜露既降 吾是以知松柏之茂也

천한기지 상로기강 오시이지송백지무야


- 날이 추워지고 서리와 이슬이 내리면 우리는 소나무와 잣나무의 무성함을 알게 되는 것이지. - 양왕(讓王) / 장자-잡편6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고립되어 칠일 동안 제대로 된 끼니를 먹지 못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자로와 자공은 거문고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만 있는 공자에게 쌓인 불만을 토로하는 중이었습니다. 그 옆에서 나물을 다듬고 있던 안회가 돌아가는 사정을 전하자 공자가 자공과 자로를 불러 말합니다.


"군자가 도에 통하는 것을 통(通)이라 하고, 도에 궁한 것을 궁(窮)이라 한다. 내가 인의의 도를 품고 있거늘 난세의 근심을 만났다고 해서 그것을 어찌 궁하다고 하겠느냐?"


외부 상황에 따른 곤궁함은 별 것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 곤궁함은 언제 어느 때든 사람을 덮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고난을 당해 도와 덕을 잃는 것이 진정 딱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공자는 '송백지무'를 얘기합니다. <<시경>>에도 등장하는 이 표현은 <<논어>>의 다음 구절로 우리에게 더 익숙합니다.


子曰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

자왈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공자가 말했다. "날이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나중에 시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난의 경중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사람의 처신을 좌우하는 고난의 절대적 지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지요. 고난을 수용하여 그것과 함께 걸어가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에게 더 무거운 고난이 닥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작은 일에 감정이 휘둘리고, 작은 이익에도 절개와 의리를 저버리는 사람과는 큰 일을 도모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리하는 것이 좋지요.


물론 그 전에 평가의 잣대를 자신에게 들이대는 것이 우선입니다. 지천명을 훌쩍 넘어서야 저도 겨우 사람의 모습을 갖추게 된 바, 그 전에는 먼저 자신의 자격을 갖추는 것이 순서입니다. 자격 없는 자들이 어줍잖은 정신 수준으로 배설해대는 잡소리로 시끄러운 시대이지만, 때가 되면 새벽안개가 걷히고 안개 속에서 벌였던 그들의 잡스러운 짓거리가 하얀 햇빛 아래에 훤히 드러나게 됩니다.


소나무처럼, 잣나무처럼, 사계절 세상의 풍파 속에서 우리도 그저 우리 자신으로 푸르게 서 있어야 하겠습니다.



참고: https://brunch.co.kr/@luckhumanwork/1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