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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Nov 30. 2022

일상의 논어 <자한子罕27>-세한지송백歲寒知松柏


子曰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

자왈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공자가 말했다. "날이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나중에 시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학창 시절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에 대해 배우는 과정에서 함께 알게 되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추운 겨울 날씨는 개인의 곤경이나 나라의 위기, 그리고 세상의 혼란을, 침엽수인 소나무와 잣나무의 '상록常綠'은 사람의 변치 않는 의리나 절개, 충정 등을 상징하지요.  


세도가 안동 김씨 가문에 의해 삭탈관직 당하여 제주도에서 유배 생활하던 추사에게 역관 이상적은 청나라의 서적들을 보내 줍니다. 추사는 그의 인품에 감동해 세한도를 그려 선물하지요. 세한도 안의 글에 논어의 위 구절을 빌려 이상적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 있습니다.   


봄날의 꽃 같이 흐드러지던 사랑과 우정도 가을날의 낙엽처럼 을씨년스러워지고 맙니다. 사랑의 서약도 우정의 맹세도 계절이 흐르듯 이익을 좇아 옮겨 다니는 것이 세태이지요. 그러나 세찬 눈보라에도 빛깔을 바꾸지 않고 늘 푸르게 서 있는 송백 같은 사람도 반드시 있는 법입니다. 우리가 그런 사람으로 남아 있는 한 우리의 곁에도 그런 사람이 남아 있기 마련이지요.


맹자는 '세대인 즉묘지 물시기외외연 說大人 則藐之 勿視其巍巍然 - 큰 권력을 지닌 사람에게 유세할 때는 그 사람을 하찮게 보라. 그의 높은 권세를 보지 말라'고 했습니다(<<맹자>>, <진심 하>). 돈과 권력을 추종하는 자들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돈과 권력의 위세에 엎드려 굴종할 뿐이지요. 그런 자들은 배신하기를 국에 밥 말아먹듯 가벼이 합니다. 그런 자들이 배신과 협잡을 통해 잡은 돈과 권력이란 결국 가을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 신세가 되고 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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