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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Nov 29. 2022

일상의 논어 <자한子罕26>-하족이장何足以臧


子曰 衣敝縕袍 與衣狐貉者立 而不恥者 其由也與 

不忮不求 何用不臧 子路終身誦之 子曰 是道也何足以臧

자왈 의폐온포 여의호락자립 이불치자 기유야여 불기불구 하용부장 자로종신송지 자왈 시도야하족이장 


-공자가 말했다. "해진 솜옷을 입고 여우나 담비 가죽옷을 입은 자와 함께 서서도 창피해하지 않을 사람은 유일 것이다." 

'해치지도 않고 탐하지도 않는다면 어찌 착하지 않겠는가?', 자로가 죽을 때까지 이 구절을 암송하겠다고 하자 공자가 말했다. "이것이 도이냐? 착한 것만으로 어찌 족하겠느냐?"     



<공야장> 편 25장에서 자로는 '원차마의경구 여붕우공 창지이무감 願車馬衣輕裘 與朋友共 敝之而無憾 - 수레와 말과 의복을 벗들과 함께 나누어 쓰다가 그것들이 못쓰게 되더라도 섭섭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소유욕 자체가 거의 없고 공유 정신이 투철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평소 신의, 의리를 중요시한 '용勇의 자로'가 의복의 남루함 따위에 열등감을 느낄 리 만무합니다. 공자는 자로의 그런 당당함을 좋아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자로가 <<시경>> 한 대목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살겠다고 하자 한마디 합니다. 남을 해쳐서라도 그가 가진 것을 빼앗으려 하지 않고 남의 것을 탐하려 하지도 않는 것은 착한 성정 곧 선善에 포함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입니다. "내가 적극적 선인 인仁을 가르쳤는데 너는 어찌 소극적 선에 머물고자 하느냐? 타인의 재화를 욕심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사랑하는 어진 마음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공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인간이 만든 세상은 모순 덩어리 그 자체입니다. 한쪽에서는 전쟁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다른 쪽에서는 월드컵을 즐기고, 한편에서는 사람들이 굶어 죽어도 또 한편에서는 먹다 남은 음식을 아무렇지 않게 버립니다. 가난한 이들의 삶을 보호할 복지 예산은 삭감하면서 부자들을 위한 세제 혜택은 늘려 줍니다. 불법을 자행해 온 자들이 법치주의를 운운하고 공정을 떠들어 댑니다. 인간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지켜보노라면 인간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느끼게 되지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조금만 방심해도 악의 세력은 인간 사회의 제도적 허점을 파고들어 인간의 나약한 심리를 자극하고 우매함을 활용하여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리지요. 우리는 "세상이란 이런 것인데 용맹무쌍하다는 녀석이 적극적 선을 실천할 생각은 하지 않고 겨우 견물생심을 이기는 정도에 만족해서야 되겠느냐?"의 뉘앙스로 자로를 깨우치는 공자의 심정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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