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조상은 임금의 명을 받아 진나라에 사신으로 갔습니다. 수레 몇 대만을 가져갔다가 수백 대를 받아온 그는 장자를 만나 자랑합니다. 허름한 집에서 짚신이나 짜며 먹을 것이 없어 비쩍 마르고 얼굴이 누렇게 뜨던 시절에 비해 환골탈태한 자신의 모습이 뿌듯했던 모양입니다. 이런 얘기를 듣고 가만있을 우리의 장자 형이 아니지요. 장자가 말합니다.
"진나라 왕은 병이 나면 의사를 부르는데, 종기를 터뜨려 고름을 짜 주는 자는 수레 한 대를 얻고, 치질을 핥아 주는 자는 수레 다섯 대를 얻는다고 합디다. 다스려 고치는 곳이 더러울수록 받는 수레가 많다던데, 당신은 어찌 그 병을 치료했길래 그리 많은 수레를 얻은 게요? 썩 물러가시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전우용 교수가 언급하여 널리 알려졌던 사자성어 '지치득거(舐痔得車)-치질을 핥아 주고 수레를 얻는다'가 유래한 대목입니다. 비슷한 것으로는 '연옹지치(吮癰舐痔)-고름을 빨고 치질을 핥는다'가 있습니다.
어떤 대상을 매우 예뻐하고 좋아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물고 빨다'라고 표현하지요. 인간의 언어마다 성행위에서 유래된 수많은 표현들이 있는데 이것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먹고 싸야' 살 수 있는 인간에게 있어서 입은 에너지원을 받아들이는 생(生)의 입구요, 의사를 전달하는 생각의 출구이자 마음이 오가는 사랑의 통로입니다. 입으로는 건강에 좋은 신선한 음식을 먹고, 바른 말을 구사하며, 진심을 나눠야 하는 까닭입니다.
그런 입으로 '물고 빠는' 인간의 신체 부위 중에 가장 더러운 곳이 단연 항문이지요. 본래 입술과 혀가 닿아서는 안 되는 그곳을 빠는 행위는 애정 표현의 궁극을 상징하는 셈입니다. 부자와 권력자들로부터 이익을 얻기 위해서 그들의 항문을 빠는 행위조차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자라면 세상에 못할 짓이 없겠지요. 항문을 빠는 짓은 곧 영혼을 파는 짓과 다름 없는 것입니다.
조상의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만도 합니다. 나라 차원에서는 조금 내어 주고 그 수십 배에 달하는 국익을 챙겨 온 것으로 볼 수도 있으니까요. 미국과 일본에는 더 못 퍼 줘 안달하면서 받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현 정권에 비하면 외교의 달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장자는 분에 넘치는 보상을 얻었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비굴한 행위가 전제되어 있기 마련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장자의 속마음을 적나라하게 옮기자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치핥자(치질을 핥는 자)들이여, 항빨자(항문을 빠는 자)들이여. 열심히 핥고 빨아라. 그것은 그대들의 자유이니. 그렇다고 입으로 똥을 싸서야 되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