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돈을 벌면 타락하고, 여자는 타락하면 돈을 번다.'
영화 <골드핑거(The Goldfinger, 金手指, 2024)>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자본주의 홍콩의 밑바닥에서 정점까지 순식간에 치고 올라갔다가 몰락하는 한 남자의 흥망을 그리고 있습니다. 벗과 함께 간만에 찾은 영화관에서 실로 오랜만에 본 이 홍콩 영화를 저는 '김수지'로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임팩트를 부여해 일상의 사건과 연결된 사물을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기기 위한 저만의 방법입니다. 효과가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영화를 보고 낙지 안주에 소주와 막걸리를 마시며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받은 동기 부여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우리는 타락할 수 없는 인간 유형이기에 실력으로 정직하게 승부하면서 우리가 목표하는 수준의 돈을 향해 가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타락하기엔 너무 먼 길을 와 버린 이유도 있습니다.
우리는 공부의 인연으로 만났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공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해설을 남긴 바 있지요. "공부는 살아가는 것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서 공부해야 합니다. 세계는 내가 살아가는 터전이고, 나 또한 세계 속의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키우는 것입니다. 세계 인식과 자기 성찰이 공부입니다."
제게 공부는 '자기 확신의 정당한 근거를 확보하는 과정'입니다. 제게는 '세상의 목탁이 될 것, 큰 부를 일구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운명을 부여 받은 이들을 위해 쓰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세상에 전할 지혜를 얻지 못하거나 물질을 취할 실력이 없다면 이 확신은 망상에 불과하겠지요. 확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나태에 빠지지 않고 불안을 극복하며 근거를 갖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사회의 인정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소외된 길, 깨달음이 보장되지 않은 두려움의 길을 오랫동안 걷는 것은 극한 수준의 인내를 요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고는 걸음을 지속할 수 없는 길입니다. 그 길에서 마침내 깨달음을 얻고 그것을 공유할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은 공부의 보람을 느끼게 해주지요. 근거를 확보한 확신은 현실이 됩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확보한 정당한 근거들을 자기의 것으로 수용하는 인연을 벗으로 맞이하는 일은 기쁨을 배가시킵니다. 남다른 이야기를 가진 인생, 남다른 성취를 이룬 인생을 마음에 품고 있다면 당장 남다른 공부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 남다른 실력을 갖추게 됩니다. 남다른 실력을 갖추는 것, 그것이 흥(興)의 조건입니다. 흥할 준비가 이루어지면, 흥을 돋우는 사람들이 모입니다. 흥의 시간이 펼쳐집니다.
박수가 끊어지고 시선이 사라진 곳에서 내 마음의 평정을 이루며 내가 가는 길을 묵묵히 갈 수 있다면, 이미 그는 총명하고 예지의 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언제든지 세상을 이끌어갈 준비가 된 사람입니다. - 박재희, <<고전의 대문>>, 김영사,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