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IV

by 오종호

시계는 5시 반을 지나고 있었다. 약속시간까지는 30분이 남아 있었다. 천천히 걸어도 약속 장소 앞에서 담배를 한대 피울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에어컨 바람 탓에 팔뚝에 소름이 돋아나 있었다. 노트북에 닿은 손가락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사람들로 빈자리는 채워져 있었다.


뒤에서 문이 닫히자 햇살보다 먼저 소리가 쏟아졌다. 차와 사람들, 오토바이들이 살아서 윙윙거렸다. 살아있는 것들은 살아있느라 소리지르며 씩씩거렸다. 나무들은 말이 없었다. 나무로 지어진 나이든 고궁도 말을 하지 않았다. 나무는 살았어도 죽은 체 입을 닫고 있었다.


민성은 나무가 늘어선 길을 따라 나무처럼 걸어갔다. 길 건너편 빌딩에 매달린 광고판에서 조금 전 발생했다는 런던 테러 뉴스를 속보로 내보내고 있었다. 지난 달 베를린 오페라 극장에 이어 이번에는 축구장에서 벌어진 대형 테러였다. 사람들은 끝도 없이 서로를 죽여댔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중년의 사내였다. 그는 에그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말했다. 민성이 답하지 않자 그는 정확히 24시간 후에 시내에서 만날 수 있는가를 물었다. 가능하다고 말하자 사내는 전화를 끊었고 약속 장소의 주소를 메시지로 보내왔다. 에그를 아는 사람이 취해 온 최초의 연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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