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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l 02. 2024

복수는 나의 것, 오자서-1

사마천의 사람들

평왕과 비무기 - 무능한 리더 곁에는 간신이 있다.


초나라 평왕이 비무기에게 명한다. "경은 진나라에 가서 태자의 배필이 될 공녀를 모셔 오도록 하라."


태자 건의 소부(부스승) 비무기는 야심이 큰 자였다. 진나라에 도착하여 태자비가 될 여인을 본 순간 그의 모사꾼 기질이 발동한다. 비무기는 시아버지가 될 평왕에게 며느리가 될 여인을 바치기로 한다. 천하절색에 한 눈에 반해 버린 평왕. 아들과 혼인하기로 된 여인을 인터셉트한 후 "엤다, 이 여자가 네 짝이다"라며 다른 여자를 태자비로 삼아 버린다. 왕의 그릇이 이 정도이니 비무기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영원히 사는 자는 없는 법. 왕의 총애를 받으면서도 비무기는 늘 불안했다. 태자가 왕위에 오르는 것은 다만 시간 문제. 왕이 된 태자가 미스 차이나급 부인을 새엄마로 부르게 만든 자신의 머리통을 몸에서 분리할 것은 뻔할 뻔 자. 따라서 태자를 권력의 중심에서 밀어내는 것만이 머리와 몸이 분리수거 되지 않도록 방비할 수 있는 그의 할 일이었다.


새로운 사랑에 푹 빠져 아들 진까지 낳은 평왕은 비무기의 이간질에 고개를 끄덕이며 태자를 멀리 변방으로 보내 버린다.


여기에서 멈추면 악인이 아니지. 태자가 언제 권토중래할지 알 수 없는 법. 비무기는 여자를 가로챈 일로 태자가 원한을 품고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로 평왕의 부아를 돋운다. 이런 썅, 열이 뻗친 평왕은 태자의 태부(스승) 오사를 불러 물어본다.


"경이 태자와 결탁하여 반란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인가?"


간신 비무기의 모략임을 훤히 아는 충신 오사가 망설임 없이 답한다.


"전하, 어찌 비무기 같은 간사한 자의 말을 들으시어 골육의 정을 끊으려 하시옵니까?"


하지만 평왕의 선택은 비무기. 오사를 옥에 가두고 태자를 죽이라고 군사를 보낸다. 아버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언질을 받은 태자는 송나라로 몸을 피한다.


비무기 이 자식. 오사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던 그는 이번 기회에 오사 집안을 묵사발 내기로 결심한다.


"전하, 반역자 오사의 두 아들을 부르시어 함께 처단하시옵소서. 그 둘은 모두 재능 있는 자로서 나라의 근심이 될 것입니다."


'니들이 오면 애비 살려는 드릴게. 안 오면 묻어 버린다잉.' 왕의 전갈을 받은 큰 아들 오상이 동생 오자서에게 말했다.


"형은 가서 아버지와 함께 죽겠다. 너는 달아나 훗날 아버지와 형의 원수를 갚도록 하여라."


오사와 오상 부자는 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졌고, 오자서는 태자가 피신해 있는 송나라로 건너가 그의 수하에 들어간다. 둘째 아들의 그릇을 알았던 오사는 죽기 전 예언을 남겼다. "초나라는 장차 전쟁의 고통을 겪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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