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람들
합려를 주군으로 모시게 된 오자서의 곁으로 백비라는 운명적 인물이 초나라에서 오나라로 투항한다.
장군 출신으로 쿠테타를 일으킨 자답게 합려는 전쟁에 광분한다. 왕위에 오른지 3년째 되는 해 초나라 침공을 시작으로 초나라, 월나라와 끊임없이 싸워 나간다.
합려 9년, 당나라와 채나라의 지지를 얻어 초나라를 협공한 오나라는 마침내 초나라의 도성을 접수한다. 초 소왕은 운나라를 거쳐 수나라로 달아난다.
원수 평왕의 무덤을 찾은 오자서. 그는 병사들에게 명해 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꺼내게 한 후 직접 채찍으로 300번 넘게 내리친다. 으깨지고 문드러진 원수의 시체를 내려다본 오자서의 마음은 평안을 얻었을까? 기획했던 일을 끝낸 사람의 마음이란 생각보다 후련하지 않은 법. 오자서의 심정도 마찬가지였다.
오래 전 초나라에 있을 때 가까운 사이였던 신포서라는 인물이 있었다. 초나라를 떠나며 오자서는 그에게 말했다. "나는 반드시 초나라를 멸망시킬 것이네." 그렇다면 자신은 반드시 초나라를 지킬 것이라고 응수한 바 있던 신포서가 사람을 보내 말했다. "어이 오형, 거 복수가 너무 심한 거 아니오!" 이에 오자서 역시 사람을 보내 말을 전한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을 했네."
산에 숨어 있던 신포서는 진나라로 넘어가 원병을 청한다. 반응이 시큰둥하자 그는 진나라 왕궁 앞에서 7일 밤낮으로 통곡한다. 이름처럼 마음이 약했던 진 애공이 파병을 결정한다. 권력자의 눈에 충신의 모습은 어여뻐 보이기 마련. 설사 그가 남의 신하라 할지라도.
합려가 초나라에 장기 체류하자 번번히 명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한 전력이 있는 그의 동생 부개가 몰래 오나라로 귀국하여 왕위에 올라 버린다. 형이 어떻게 왕이 되었는지 보고 배웠으니 '그렇다면 나도!'라고 생각했을 터. 권력에 미치면 부모도 형제도 없다지만 능력이 받쳐 줘야 그것의 획득과 유지가 가능한 법. 능력이 욕심에 미치지 못했던 부개는 합려에게 패한 후 오나라의 내란을 틈타 귀국한 초 소왕에게 투항한다.
오자서와 오자서의 추천으로 등용한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의 지략으로 천하에 군림하게 된 오나라의 합려. 그는 월나라와 싸우던 중 입은 발가락 상처가 악화되자 죽음을 예감하고 태자 부차를 불러 유언을 남긴다.
"월나라 구천이 이 아비를 죽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오자서의 복수가 끝나자 부차의 복수가 탄생했다. 복수는 너의 것이 되었다. 복수는 인간을 숙주로 삼는 기생충이다. 인간이 있는 한 복수는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