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람들
조나라에서는 왕 숙후의 동생 봉양군이 재상으로서 실권을 행사해 왔다. 그는 소진의 첫 유세 때 소진을 무시했는데 일이 잘 되려고 그랬는지 이승과 서둘러 작별한 상태였다. 숙후를 알현한 소진, 거침없이 혀를 놀린다.
"천하의 제후국 가운데 진나라의 가장 큰 근심거리가 조나라인데 진나라는 왜 조나라를 침공하지 못할까요? 바로 위나라와 한나라가 뒤를 칠까 염려하기 때문입니다. 위, 한 두 나라는 조나라의 남쪽 성벽과 같으니 두 나라가 없어지면 화는 반드시 조나라에게 미칠 것입니다.
여기 지도를 보십시오. 제후국들의 영토를 다 합치면 진나라보다 다섯 배 크고, 병력도 열 배 많습니다. 여섯 나라가 연합하여 힘을 한 데 모아 대항한다면 진나라는 감히 도발하지 못할 것입니다. 설사 진나라가 전쟁을 일으킨다고 해도 미리 약조한 전략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대응하면 진나라를 능히 격퇴시킬 수 있을 것이옵니다."
숙후가 말했다.
"과인은 젊고 즉위한지 얼마되지 않아 경험이 일천한데 그대의 책략을 들으니 가슴이 웅장해지는 구려. 그대의 뜻을 따르도록 하겠소."
조나라에서도 막대한 지원 물자를 챙긴 소진은 다음 유세지를 향해 남하려고 준비했다. 이때 주나라 천자로부터 문왕과 무왕 제사에 올렸던 고기를 하사 받아 빅 파워를 인정 받은 진나라가 위나라를 침공하는 일이 벌어졌다. 진나라가 위나라를 거쳐 조나라로 밀고 들어오면 모든 계획이 어그러질 터. 마침 자신의 도움을 받고자 장의가 조나라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안 소진은 장의에게 일부러 모욕을 줘 그가 진나라로 향하게 만든다. 요 얘기는 장의 편에서 이어가는 것으로.
소진은 어수선한 위나라를 통과하여 한나라로 방향을 잡는다. 연나라에서 시작된 그의 유세는 조> 한 > 위 > 제 > 초의 순서를 거쳐 전국칠웅 중 진나라에 대항하는 6개국의 합종 맹약을 이루어냈고, 그는 여섯 나라의 재상을 겸직할 만큼 크게 출세하는데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