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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l 09. 2024

합종연횡, 소진과 장의-1

사마천의 사람들

소진, 세상에 나가다. 


동주의 수도 낙양 태생의 소진은 제나라의 귀곡자 문하에서 장의와 동문수학한 후 세상을 주유하며 유세하였으나 성과 없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형제와 처자식이 모두 냉대하자 상심한 그는 두문불출하며 책을 읽다가 <<주서음부>>를 발견하고 1년간 탐독한다. 군주의 심리를 헤아릴 자신감이 생기자 가족의 비웃음을 뒤로 하고 다시 유세 길에 오른다.


출처: 위키백과


하지만 그의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먼저 주나라 현왕을 만나고자 하였으나 소진의 신세를 알고 있는 신하들에 의해 무시된다. 


서쪽으로 방향을 잡은 소진. 진나라 혜왕을 만나 열심히 이빨을 까지만 외면 당한다. 한 이빨 했던 상앙을 처단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진나라에서는 주둥이로 먹고 사는 자들을 극혐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다음으로 택한 곳은 조나라. 하지만 조나라 역시 아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기력이 소진될 법도 하건만 소진은 포기하지 않고 내친김에 연나라로 방향을 잡는다. 혀가 수세미가 되도록 1년 동안 열심히 이빨을 털던 그는 마침내 연나라 왕 문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 동안 갈고 닦은 합종책의 첫 프레젠테이션을 하기에 이른다. 


"전하, 화면을 주목해 주십시오. 연나라가 그 동안 안전했던 것은 조나라의 지리적 위치 덕분입니다. 진나라가 연나라를 치고 싶어도 반드시 조나라와 먼저 싸워야 하지요. 그리고 실제로 그들은 다섯 번 싸워 승패를 나눠 갖는 동안 소모된 국력을 회복하느라 잠시 쉬는 중입니다.


하지만 만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조나라가 군사를 일으킨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수일 내에 연나라의 강토는 조나라 군사들로 가득 찰 것입니다. 


따라서 강성한 진나라를 견제하면서도 이웃한 조나라나 제나라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 받기 위해서는 합종책이 유일한 대안입니다. 신 소진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조나라를 시작으로 5개국을 차례로 설득하여 반드시 연합을 이루어 내겠습니다. 대업을 완성하여 연나라의 안위를 지키고 천년의 번영의 토대를 다지겠사옵니다. 저어은하!"


소진의 단독 PT는 문후의 마음을 흔들었다. 문후는 즉석에서 소진의 제안을 수락하고 계약금과 차키, 그리고 명함 한 통을 찍어 주며 구국의 강철 이빨로서의 활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드디어 성공의 발판을 확보하게 된 소진은 마치 가슴뽕이라도 붙인 것처럼 벅찬 기분으로 조나라를 향해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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