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람들
오늘 낮 국내 언론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와 했다는 서면 인터뷰 기사의 내용을 앞다투어 인용 보도했다. 뉴스1의 해당 기사 제목은 "[속보] 尹 "러시아, 한국과 북한 중 한 쪽 택해야"였다'.
다음은 로이터 홈페이지(https://www.reuters.com/world/asia-pacific/south-koreas-yoon-discuss-pyongyangs-distinct-threat-europe-nato-2024-07-08/)에 게재되어 있는 기사의 초반부 내용이다.
South Korean President Yoon Suk Yeol said he would discuss with NATO leaders the distinct threat North Korea poses to Europe by deepening military ties with Russia, warning that Moscow must choose between the two Koreas where its true interests lie. It "depends entirely" on Russia where it wants to take future ties with South Korea, Yoon said, adding that Seoul would make a decision on weapons support for Ukraine based on how a new military pact between Moscow and Pyongyang plays out.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군사적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북한이 유럽에 가하는 뚜렷한 위협에 대해 나토 지도자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모스크바는 진정한 이익이 있는 남북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가 향후 한국과의 관계를 어디로 가져갈지는 "전적으로" 러시아에 달려 있다며, 한국은 모스크바와 평양 간의 새로운 군사 협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대통령의 장엄한 외교적 경고에 푸틴은 다시 한 번 오금이 저렸을 것이 분명하다. 양자택일이라니. 울트라 군사 강국 대한민국 대통령이 또 한 번 나토 정상 회의에 납시는 것도 오줌을 지릴 일인데, 짜장과 짬뽕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던 그 숨막히는 순간들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아 온 우리 한국인들의 고통을 일거에 해소하고 푸틴에게 전가하는 전략이라니. 남한과 북한 사이에서 푸틴은 또 얼마나 기나긴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괴로워할 것인가. 자칫하면 자국민들을 초코파이 금단 현상에 시달리게 할지도 모를 양자역학적 선택 앞에서 고뇌에 빠질 가련한 푸틴.
나는 오해했다. AI를 중심으로 한 4차 산업 혁명이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는 난세에 그라는 전직 검사를 대통령으로 갖게 된 것은 이 나라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오늘에서야 그의 억울함이 느껴진다. 그는 언제든 푸틴과 당당히 맞짱을 뜰 수 있는 강철 배짱의 사나이였던 것이었던 것이다. 그가 상대의 은신술과 변신술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여 선제 타격할 수 있는 부동시 신공의 마스터였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있었다. 아, 이토록 위대한 대통령을 향해 탄핵을 입에 올리다니. 나는 얼마나 불충한 백성이었단 말이냐. 가카께서 그 동안 얼마나 섭섭하셨을지 생각해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는 술을 마시고 싶어 마신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저 자신의 진정성을 몰라 주는 국민들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삭여 다음 날의 고된 근무를 위해 일찍 잠들고자 억지로 입술을 조금씩 적셔 왔던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 이 나라와 국민에게 대통령 윤석열이라는 운명을 선택하지 않을 기회란 애초에 없었다. 그는 하늘이 내린 용자임에 틀림없다. 천공, 만공, 억공, 조공, 경공 스승들의 가르침을 뼈에 새겨야만 한다. 한때나마 그를 유비 아들 유선으로 비유했던 나의 무지에 스스로 철퇴를 가한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그릇에 비해 보잘것없이 작은 이 나라와 국민을 떠올릴 때마다 자꾸만 울화가 끓어오르는 것은 아닐까? 하, 불현듯 그의 건강이 염려된다. 참모들이여, 세금 빵빵하게 써서 관저와 집무실의 벽을 좋은 술들로 가득 채워들 놓게나. 그의 '통 큰' 외교 행보를 접하며 나는 그가 취임사에서 썼던 '세계 시민'이라는 단어를 연상한다. 그래, 그는 이 땅에 어울리지 않는 거목이다! 인류사에 길이 남을 세계적 지도자를 모시고 있으면서 불충하게도 그의 속 깊은 외교 전략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의 어리석음을 씻기 위해 콘크리트 바닥에 이마를 2천 번 찧고 나서 이 글을 쓴다.
가카의 강철 이빨에 비하면 애송이들에 불과했던 세치 혀의 소유자들을 다룬 <<사기>>의 <소진열전>과 <장의열전> 속 두 주인공 이야기를 회상하며, 가카께서 머지 않아 시진핑에게도 양자택일의 핵미사일급 공포를 선사해 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