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VI

by 오종호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 동안 시계가 깜빡이며 4시를 가리켰다. 밖으로 나오자 소리와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클럽에서 시간은 멈추어 있었다. 파란 옷의 여자는 손거울에 얼굴을 비추며 립스틱을 바르고 있는 중이었다. 여자는 말끔히 깨어 있는 듯 보였다. 술 기운에 민성의 발은 자주 비틀거렸다.


“이제 그만 나갈까요?”


여자가 고개를 돌려 민성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촉촉히 젖은 입술에서 빨간색 물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비는 그쳐 있었다. 바람이 가끔 빗물을 몰아와 공기 중에 흩뿌리고 다녔다. 취기와 졸음 때문에 몽롱했던 정신이 조금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여자가 팔짱을 꼈다. 마주친 여자의 눈에서 뜨거운 것이 느껴졌다. 지하 클럽을 벗어난 여자의 몸은 자기만의 체취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취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도로변에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여자는 민성의 팔을 꼭 껴안았다. 여자는 술집들이 즐비한 골목 안으로 민성을 이끌었다. 그곳에는 술집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술집만큼 많은 최신식 모텔들이 술집과 술집 사이에 끼어 있었다. 걸을 때마다 여자의 향수 냄새가 성욕을 자극했다. 냄새에서 문득, 클럽에서 맡았던 경고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팔에 매달려 있던 여자가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민성의 뒷목이 따끔거렸다. 반사적으로 뒷목에 손을 갖다 댔지만 다리가 풀렸고 정신은 몽롱해졌다. 뿌예지는 시야 안에서 검은색 승합차의 문이 열리고 그 앞에 클럽에서 언뜻 보았던 그림자가 서 있었다.



두통약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어둠 속에 익숙해진 민성의 눈동자에는 생전 처음 보는 장소의 낯선 풍경이 비춰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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