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주역 <3.수뢰둔괘水雷屯卦>-단전과 대상전

by 오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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彖曰 屯 剛柔始交而難生 動乎險中 大亨貞 雷雨之動滿盈 天造草昧 宜建侯 而不寧

단왈 둔 강유시교이난생 동호험중 대형정 뇌우지동만영 천조초매 의건후 이불녕


-<단전>에 말했다. 둔은 강유가 처음으로 사귀었기에 힘들게 나오게 되며 험한 상황에서 나아가게 된다. 크게 형통하려면 바르게 해야 하는 까닭은 우레와 비의 감응이 가득 찼기 때문이다. 하늘이 만물을 창조한 이 세상의 처음 시점처럼 일의 시작에는 마땅히 제후를 세워야 하며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아야 한다.



음양이 기氣의 속성이라면 강유剛柔는 음양의 질質적 측면입니다. 당연히 양이 강이고 음이 유이지요. <계사전 상> 1장에 '동정유상 강유단의 動静有常 剛柔断矣, 항상 동정하는 운동성이 있기에 강유가 나누어진다'라고 했습니다. 동정은 움직임과 고요함이라는 각각의 성질을 별개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특성이 반복적으로 변화하는 운동성을 뜻합니다. 음양의 운동성을 통해 강함과 유함이 구체적으로 인식된다는 것이지요. 이 강유는 주역에서 양효와 음효로 형상화되었습니다. 양효와 음효는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하게 됩니다. 하나의 효는 주변 효들의 상황에 따라 본래의 강함과 유함의 속성을 충실히 유지할 수도 있고 정체성을 잃을 정도로 미약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세상 이치입니다. 아무리 마초적인 외모를 하고 있더라도 많은 여자 형제들 사이에서 성장한 남자는 풍부한 여성적 감수성을 갖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반대로 그런 상황에 대한 반발로 겉으로는 더욱 마초적인 성향을 드러낼 수도 있겠지요.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말로는 서로 거칠고 퉁명스럽게 대해도 마음 속으로는 상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끊어내지 못하는 관계도 있지요. 밖으로 드러나는 양적 모습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감추고 있는 음의 본모습을 알아챌 수 있는 감수성과 통찰력을 갖춰야 하지요. 본모습은 시궁창인데 겉모습을 그럴듯하게 가공하여 꾸미고 다니는 유명인들을 압니다. 누가 그 이름을 언급할 때면 구토가 나올 것만 같지요. 억지로 너무 유명해지려고 하지 마십시오. 주역 공부를 꾸준히 하다 보면 우리 안의 '도리언 그레이'와 멀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계사전 상> 2장에 '강유상추 이생변화 剛柔相推 而生變化, 강유가 서로 밀어 변화를 낳는다'라고 했습니다. 양효로만 구성된 중천건괘나 음효로만 구성된 중지곤괘와 달리 수뢰둔괘에서는 초효와 이효부터 강유가 섞여 있습니다. 그렇게 변화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중천건괘와 중지곤괘에서도 각 효가 '동動'하는 운동성의 의미를 이미 살펴본 바 있습니다. 그 운동성을 통해 하나의 대성괘 안에서도 다양한 괘로의 변화가 발생하면서 의미가 매우 풍성해지는 것이지요.


뇌는 진괘의 상이요 우는 감괘의 상이지요. 서로 어우러져 금방이라도 큰 비가 쏟아질 것 같은데 막상 비는 오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가 내리면 막 세상에 나온 만물이 힘차게 성장할 수 있으니 크게 형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것입니다. 바르게 해야 비 오는 시기의 그 형통함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괘사에서 이미 바른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단전>에서는 그것을 좀더 풀어서 얘기할 뿐입니다. 모든 인간사의 시작은 마치 '천조초매'와 같은 시기인 것이니 큰 사람, 덕을 갖춘 사람의 조언을 참고하며 길게 보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노력의 과정 동안에는 너무 편안하기를 바라지 말아야 하지요. 빨리 성공한 남들처럼 안락한 자리에 오르려다간 조바심이 들어 때와 분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되니 일이 잘되기 어렵습니다.




象曰 雲雷屯 君子以經綸

상왈 운뢰둔 군자이경륜


-<대상전>에 말했다. 구름과 우레가 둔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경륜해야 한다.



<대상전>에서는 우雨 대신 운雲을 씀으로써 아직 비가 오기를 기대해서는 안 되는 때임을 더 직관적으로 설명해 주었습니다. 경륜은 '일정한 포부를 가지고 일을 조직하거나 계획하여 세상을 다스린다'는 사전적 의미를 갖습니다.


잔뜩 흐린 하늘을 보면서 걸을 때 우리는 머지 않아 우리의 인생 위로 단비가 내릴 것임을 믿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아직은 때가 아님을 알고 함부로 나대며 평안함을 바라는 대신 빗방울이 자연스레 떨어지는 그날까지 차근차근 계획대로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비가 오기까지의 시간은 상대적입니다. 20년, 30년을 같은 자리에서 비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비관하거나 타인을 부러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비를 기다리는 과정이 충실했다면 이미 당신은 군자나 다름없는 사람일 것입니다. 하늘은 비로 만물을 기르지만, 비가 오기까지는 사람을 기르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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