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갈 때가 아니다. 능력 있는 사람에게 맡기고 낮게 물러나 있으라.
初九 磐桓 利居貞 利建侯
象曰 雖磐桓 志行正也 以貴下賤 大得民也
초구 반환 이거정 이건후
상왈 수반환 지행정야 이귀하천 대득민야
-머무르라. 바르게 자리해야 이롭고 제후를 세워야 이로울 것이다.
-비록 머무르더라도 바름을 실천하는 데 뜻을 두어야 한다. 귀한 것이 천한 것의 아래로 내려가니 크게 민심을 얻는다.
수뢰둔괘는 감괘 아래에 진괘가 있으니 물밑에서 움직임이 일어나는 상입니다. 또한 감괘는 북방으로 겨울이요 진괘는 동방으로 봄이니 겨울 속에서 봄이 꿈틀거리는 상입니다.
초구는 득위했습니다. 움직임을 의미하는 내괘 진괘의 시작으로 득위한 양이니 나아가려는 성질이 강합니다. 초효-사효, 이효-오효, 삼효-상효로 응의 관계가 이루어지니 초구는 육사와 응하기 위해 나아가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호괘가 곤괘로 두터운 땅 아래에 있으니 뚫고 나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육사는 외호괘 간괘의 중간과 외괘 감괘의 처음에 있으니 그치라는 뜻과 그래도 나아가면 험한 상황과 만나게 된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반환'의 반과 환 두 글자는 둘다 '머뭇거리다'는 뜻이 있습니다. 반磐은 너럭바위의 상으로 초구 양의 형상이지요. 환桓은 '굳세다'의 의미입니다. 나무(木)가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과 같아서 그런 뜻이 나옵니다. 내괘 진괘에서 나무의 상이 나옵니다. 환桓에 들어 있는 뻗칠 긍(亘)을 보면 하늘과 땅 사이에 해가 있는 형상입니다. '해가 있는 동안'이니 유구한 세월입니다. 따라서 너럭바위에 자리한 나무처럼 이리저리 가볍게 움직이지 말고 머무르라는 뜻이 됩니다.
바르게 자리하는 것이 이롭다고 한 까닭은 가까이에 육이가 있어 육사로 나아가려는 뜻을 잊고 육이와 짝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인과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보지 못하는데 늘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직장 동료가 호감을 보이며 이성으로 다가오면 마음이 흔들리기 쉬운 법이지요. 그래도 마음을 잘 다져야겠지요. 동료로서 사이좋게 지내며 즐겁게 일하는 관계로 남는 것이 좋습니다. 초구가 동하면 내괘가 곤괘가 되니 특별한 사이가 아니라 동류同類로서 잘 지내는 것입니다. <설괘전> 11장에 곤을 '곤위중坤爲衆'이라고 하여 무리를 이루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건후'는 앞에서 살펴봤습니다. 내괘 진괘에서 후侯의 상이 나옵니다.
'이귀하천'은 초구가 육이 육삼 육사의 음 아래에 위치해 있는...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