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시작 시점이라 어렵다. 신뢰할 수 있는 능력자를 구하라.
처음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다만 순리대로 나아갈 때 처음의 힘겨움도 점차 풀어질 것입니다.
屯 元亨利貞 勿用有攸往 利建侯
둔 원형이정 물용유유왕 이건후
-매우 형통하니 바르게 하면 이롭다. 나아가지 말고 제후를 세우는 것이 이로울 것이다.
<서괘전>에 '有天地然後 萬物生焉 盈天地之間者 唯萬物 故受之以屯 屯者盈也 屯者物之始生也 유천지연후 만물생언 영천지지간자 유만물 고수지이둔 둔자영야 둔자물지시생야'라고 했습니다. '하늘과 땅이 있은 뒤에 만물이 생겨난다.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찬 것은 다만 만물이기에 수뢰둔괘로 받았다. 둔은 충만함이며 둔은 만물이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수뢰둔괘는 '고난'을 얘기합니다. 세상은 인간의 삶을 여러 마디로 구성하고 마디마다 새로운 시작을 하게 만들지요. 이전의 익숙한 환경, 사람들과 단절된 채 낯선 곳에 처음부터 다시 적응하는 것은 불편한 일입니다. 학교가 그렇고 군대가 그렇고 직장이 그렇습니다.
원형이정은 중천건괘의 괘사와 같습니다. 중천건괘의 '원형이정', 중지곤괘의 '원형이 빈마지정'에서 시간과 공간의 이치가 이미 확립되었습니다. 그 시공의 장場에 나타난 생명체들 역시 하늘의 이치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당연합니다. 생명을 부여 받은 만물은 스스로의 섭리를 갖지 못합니다. 다만 하늘과 땅의 이치에 따른 길흉회린이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저는 중천건괘와 중지곤괘를 제외한 타 괘에 등장하는 원형이정을 순응의 관점과 길흉회린의 관점에서 중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계사전 하> 2장에 '吉凶悔吝者 生乎動者也 길흉회린자 생호동자야'라고 했습니다. '길흉회린은 행동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수뢰둔괘는 이제 막 시작한 것이니 행동도 행동의 결과도 없습니다. 처음으로서의 어려움은 있지만 아직 길흉회린의 가치판단을 내릴만한 근거가 축적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새출발의 희망만이 넘치는 상황입니다. 매우 형통한 것이요, 하늘의 이치에 따라 바르게 하면 이롭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나아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