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쟁이들도 백설공주를 사랑했겠지? (자존/주관)
서른(男)
남들은 3포 시대라고 연애에 관심도 없다는데 나는 연애하고 싶어. 아니 해보고 싶다. 남들은 하기 싫어서 안할지 모르지만 나는 못하는 거다. 지금까지 한번도 못해 봤다. 나, 모태솔로다. 단지 키가 작다는 이유로!
나, 생긴 건 나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 나름 괜찮은 대학 나왔다. 나, 나름 똘똘하다. 나, 나름 일 잘한다는 소리 듣는다. 나, 먹고 살 만큼은 월급 받는다. 그런데 내가 대쉬한 어떤 여자도 나에게 호감을 보이지 않았다. 나, 160이다.
다른 놈들에겐 소개팅 자리도 잘 생기는데 나한텐 들어오지 않는다. 이모가 주선해줘서 딱 한 번 선 본 적 있는데 트라우마 크게 생겼다. 시선도 안 마주치고 얘기도 안 하더니 10분 정도 있다가 미안하다고 말하고 휙 나가 버리더라.
키 때문에 연애도 못하고 결혼도 못할지 모른다는 거 열 받는다. 키가 남자의 전부냐? 키 작은 게 죄냐고?
일단 듣기 조깥겠지만 키 작은 거, 죄다. 탐 크루즈처럼 생겨도 160으로는 어렵다. 170은 되야 한다. 이게 네 또래의 여자들 생각이라고, 나, 나름 생각한다.
네가 우주 정복 같은 원대한 꿈을 꾸고 있든 말든 여자들은 그 딴 거에 관심 없다. 네가 하버드 출신의 연봉 5억짜리 로펌 변호사에 디카프리오 얼굴을 하고 람보르기니 정도는 몰 때 키 작은 약점을 겨우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정도다. 작은 키 디스카운트의 현실이.
그러니 일단 머릿속에서 여자 지우자. 연애, 결혼 이딴 거 깡그리 지워라. 그래도 성욕이 남는다. 그거 알아서 적절히 해결해라. 왜냐고? 그럼 연애욕, 결혼욕 수그러드는 효과 있다. 일단 연애나 결혼 같은 생각에서 좀 떨어질 필요가 있다는 거다. 네 생각과 달리 그건 세상에서 가장 큰 문제가 아니다. 사실 냉정히 말해서 조또 아닌 문제다.
현란하게 생긴 남자 배우들이 영화와 드라마를 수놓고 있는 외모지상주의의 현실에서 키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네가 아무리 날마다 5톤 트럭 열 대 분량의 게거품을 뿜어낸다고 해도 아무 여자도 듣지 않을 거다. 남자든 여자든 인간을 너무 과대 평가하지 마라. 대부분의 인간 정신은 시대 환경에 지배된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이 인간을 노예로 삼았던 시절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세기에 백인들이 악어를 사냥할 때는 흑인들에게서 아기를 빼앗아 악어가 사는 물가에 묶어 두고 악어를 유인했다고 한다. 인정해야 한다. 지금은 과거에 백인이 흑인을 지배했듯 키 큰 놈들이 키 작은 놈들을 지배한다. 그렇다고 키 작은 사람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네가 투쟁하는 거, 역사적으로 그다지 멋져 보이지 않는다. 하지 마라.
말이 되냐고? 조금 적나라하게 얘기해 볼까? 디카프리오 뺨치게 생긴 남자의 물건 사이즈가 풀발기 시 5cm라고 치자. 걔가 "물건이 남자의 전부냐?", "물건 작은 게 죄냐?"고 외친다면 넌 뭐라 할래? 좀 불쌍하게 느껴지겠지? 그리고 왠지 조금 우월감도 생기겠지? 근데 그거 착각이다. 걔는 성기확대술 받으면 된다. 넌 방법이 없다. 키 작은 거,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남자에게 떨어진 천형과 같은 거다.
열 받는다고? 솔직해지자. 너 키 작고 뚱뚱하고 못 생긴 여자 좋아하냐? 막 사랑스럽게 느껴지냐? 남자들도 여자들과 근본적으로 똑같다. 여자들 욕할 필요 없다. 인간은 성적 매력에 끌린다. 뇌섹도 잊지 않냐고? 그건 껍데기가 반질반질할 때 붙는 가산점 같은 거다. 로트렉 같은 천재 화가를 여자들이 좋아한다고? 아니다. 사지 멀쩡하고 거기에 적당하게 스마트함이 얹어지면 그것으로 되는 거다. 돈도 얹어지면 더 좋고. 너, 여자들이 보기에 사지 멀쩡하지 않다. 너의 스마트함과 돈은 그 멀쩡하지 않은 사지를 커버할 정도로 섹시한 수준, 아니다. 인정하자.
인간은 사랑만으로 못산다. 장담한다. 자기 옆에 자기가 생각하는 사람이 서 있는 모습, 누구나 상상해 본다. 인간은 한편으론 장식품이다, 그래서. 이건 남자가 더 심하다. 사랑으로 모든 것을 서로 이해해 줄 수 있지 않냐고? 사랑이 이해해 줄 수 있는 것은 극히 미미하다. 실제로는 마음에 있는 말도 제대로 안 하고 산다. A가 진짜 말하고 싶은 진실인데 엉뚱하게 B만 죽어라 얘기하면서 끝내 A를 말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경우도 태반이다. 졸라 어렵지? 그래, 원래 사랑 존나게 어려운 거다.
이제 진지하게 너에게 가능한 두 가지 선택에 대해 얘기해 보자.
첫 번째, 이 세상에 여자는 없다고 생각해라. 연애, 결혼 이런 거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아니, 존재해도 너의 할 일은 아니라고 쿨하게 포기하는 거다. 그럼 문제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일에 집중하면서 살면 된다. 나중에 섹스 로봇 출시되면 람보르기니급으로 사서 같이 놀면 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편하게 사는 거다. 결혼하고 애 낳고 살아 봐라. 그거 그리 엄청나게 행복하기만 한 거 아니다. 물론 행복한 점도 있지. 그런데 그런 행복, 혼자 살면서도 누릴 수 있는 거다.
두 번째, 그래도 남자로 태어났는데 남자로서의 기쁨, 자부심 느끼며 살고 싶은 마음을 포기할 수 없다면 이 방법이 있다. 지금 너의 라이프 스타일, 삶의 패턴 안에서 너의 여자를 찾기는 어렵다. 영역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렇다고 눈동자를 글로벌하게 돌려서 외국 여자에게 관심을 두라는 이런 얘기 아니다. 네가 보여 주고 싶은 너 만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영역을 찾으라는 거다. 시시껄렁한 직업, 연봉 얘기 따위나 할 수밖에 없는 선 자리 이런 것은 완전히 잊어 버리고. 오늘부터 네가 진짜 좋아하는 것, 배우고 싶은 것 생각해보고 하나 선택해라. 그게 피아노든 소프라노 색소폰이든, 스쿠버다이빙이든 패러글라이딩이든. 다른 조건 따위는 따지지 않고도 오롯이 너 자신이 그것을 즐기는 모습만으로 어필되는 영역을 찾아 들어가라는 얘기다. 헬스, 라이딩, 등산 이런 평범한 것은 제외해라. 그곳은 이미 너를 초월한 짐승남들이 장악한 영역이다.
상상해봐라. 네가 무엇을 하고 있는 모습이 가장 섹시할지. 그 영역에는 네가 하고 있는 그것을 좋아하는 여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상상 속의 이미지를 구성해 봐라.
한 가지 팁 더. 아무래도 체력 문제도 있고 야외활동 할 시간을 많이 내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소프라노 색소폰, 바이올린 같은 류를 생각해 봐. 이유는, 야유회나 송년회 때 너 만의 특별한 매력을 발산할 기회를 잡아서 너의 현재 영역에 있는 여자들로 하여금 너에게 관심을 갖게 만들 수도 있으니. 사람은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반전을 봤을 때 충격을 받거든. 기분 좋은 충격인 거지. 대신 기타 같은 평범한 것은 아예 생각지도 마라. 그녀들 눈에 들려면 평범한 것으로는 절대 안돼. 피아노도 좋은데 대신 그런 장소에 사람들이 모일 가능성을 따져 봐야 해. 송년회 장소가 호텔 볼룸 정도라면 미리 호텔 관계자에게 돈 좀 주면서 부탁할 수도 있긴 하지. 여하튼 비장의 무기를 만들어라. 너만의 퍼펙트한 한 순간을 위해 열정을 바쳐 봐.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한 5년 정도 제대로 준비하는 거야. 그때도 충분히 젊으니까. 대신 그 동안은 일에 미친 것 같은 모습을 보여 줘야지. "아, 저 사람, 사는 게 재미없으니 일만 하는 구나"가 어느 날 "아, 일만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저런 재능이 있었네"로 바뀌어야 하는 거야. 차이점을 알겠어?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태도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게 되는 거라고.
첫 번째든 두 번째든 선택은 너의 몫. 용자여, 어느 길이든 결정하면 후회없이 밀고 나가라. 지금까지 살다가 죽었던 지구인들 중에 성공한 키 작은 사람들만 골라서 키 작아도 얼마든지 매력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으려는 말 따윈 다 잊어라. 위너들 중 키 큰 놈들은 수 억 된다. 확률적으로 로트렉이나 슈베르트처럼 될 가능성, 99% 넘는다. 특별한 점이 있어야 키에 고정된 시선이 그쪽으로 움직인다.지금부턴 네 삶을 네가 주도하는 거다. 어떤 선택도 비겁하지 않다. 너는 제대로 된 인생을 살기 위해 출발하는 것일 뿐. 친구야,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