彖曰 訟 上剛下險 險而健 訟 訟有孚窒惕 中吉 剛來而得中也 終凶 訟不可成也 利見大人 尙中正也 不利涉大川 入于淵也
단왈 송 상강하험 험이건 송 송유부질척 중길 강래이득중야 종흉 송불가성야 이견대인 상중정야 불리섭대천 입우연야
-<단전>에 말했다. 송은 위는 강하고 아래는 험하다. 험하면서 굳센 것이 송이다. '믿음이 있어도 서로 통하지 않아 두려움이 있게 된다. 중간에 멈추면 길하다'는 것은 강이 와서 중을 얻었기 때문이다. '끝까지 가면 흉하다'는 것은 송사로는 뜻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롭다'는 것은 중정을 숭상하기 때문이다. '큰 내를 건너는 것은 이롭지 않다'는 것은 웅덩이에 빠지기 때문이다.
천수송괘의 <단전> 내용을 알아보기 전에 잠시 그동안 미뤄왔던 '십익十翼'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하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성격이 다소 애매한 것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십익'은 공자가 집필한 <<주역>> 주석서 10권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단전彖傳>은 괘사卦辭에 대해 풀이한 것으로 상하上下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彖은 '판단하다'의 의미입니다.
<상전象傳>은 괘상卦象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대소大小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상象은 '모양, 형상'의 뜻이지요.
<문언전文言傳>은 중천건괘와 중지곤괘에 대해서만 부연 설명한 글입니다. 문언文言은 '글로서 말하다'는 뜻입니다.
이 다섯 권은 주역의 괘사, 효사의 내용을 보다 풍성하게 하면서 공부하는 이들의 직관적인 이해를 돕습니다. 주역은 복희씨, 문왕, 주공, 공자 간의 시대를 초월한 사유의 종합입니다. 인간의 상식을 잣대로 들이민다면 위의 4인은 상징적인 성격만을 가질 뿐 별도의 익명 창작자들이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하늘로부터 계시를 받아 누군가 문장을 짓고 후대 사람들이 그 문장에 대해 조금씩 생각을 더하며 주석의 완성도를 높여 왔을지도 모르지요. 누가 알겠습니까? 그 만큼 주역의 내용은 심오하고 점을 통해 내려오는 하늘의 뜻은 경외스럽습니다.
<계사전繫辭傳>은 주역에 대한 총체적인 철학적 해석서의 성격을 갖습니다. 상하上下로 구성되어 각각 상경 30괘, 하경 34괘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있습니다. 계사繫辭는 '말씀을 매다/묶다'의 의미입니다.
<설괘전說卦傳>은 팔괘의 속성에 대한 유추類推를 통해 다양한 예시를 제시하며 총괄적으로 해설했습니다. 설괘說卦는 '괘에 대해 말하다'는 뜻입니다.
<서괘전序卦傳>은 괘의 순서가 정해진 이치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서괘序卦는 '괘의 차례를 매기다'는 의미입니다.
<잡괘전雜卦傳>은 일부를 제외하고 괘들을 섞어 둘씩 대비하여 의미를 살폈습니다. 예를 들면, '需不進也 訟不親也 수부진야 송불친야, 수천수괘는 나아가지 않는 것이고 천수송괘는 친하지 않은 것이다'와 같이 두 괘간의 차이를 간결하게 부각시켜 이해를 돕습니다. 잡괘雜卦는 '괘를 섞다'는 뜻입니다.
천수송괘의 내괘는 감괘, 외괘는 건괘입니다. '상강하험 험이건'은 괘의 구조를 얘기하는 것입니다. '강래이득중야'는 33괘 천산둔괘와 천수송괘의 관계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천산둔괘의 구삼이 육이와 자리를 바꾸면 천수송괘가 되지요. 강이 와서 내괘에서 득중한 것입니다. 천산둔괘는 '물러남, 피함'을 얘기하는 괘입니다.
또한 천수송괘는 12괘 천지비괘에서 온 것입니다. 천지비괘의 육이 자리로 강이 온 것이지요. 천지비괘는 '불통不通'에 대해 얘기하는 괘입니다. 하늘의 기운은 올라가려 하고 땅의 기운은 내려가려 하니 천지가 서로 만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막혀 통하지 못하는 이 어려움에서 벗어났지만 감괘의 중앙에 있으니 험한 상황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형국입니다.
'입우연야'는 말 그대로 감괘의 험함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음을 경계합니다. 괘의 상으로는 단박에 느끼기 어렵지만 이렇게 '십익'의 도움을 받으면 점을 쳐서 천수송괘를 얻을 경우 물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단전>은 괘사를 보다 상세히 풀어주는 것입니다.
괘사에서 송사를 끝까지 하지 말고 중간에 멈추라고 했습니다. 멈추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내괘 감괘의 음양을 바꾸면 내괘가 리괘가 됩니다. 그럼 13괘 천화동인괘가 됩니다. '연대, 동지애'를 얘기하는 괘이니, 결론적으로 내가 마음을 바꾸면 송사는 멈추고 상대와의 관계가 돈독하게 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천수송괘의 내호괘 역시 리괘입니다. 내 마음의 변화를 통해 일이 밝게 진행될 것임을 알려 줍니다. 어둠 속에서 빛을 향해 나아가라고 조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象曰 天與水違行 訟 君子以 作事謀始
상왈 천여수위행 송 군자이 작사모시
-하늘과 물이 어긋나가는 것이 송이다. 군자는 이를 본받아 일을 도모할 때 처음을 잘 살펴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모든 단추를 다 풀고 처음부터 다시 끼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는 시작 시점에 쓸데없이 들뜨지 말고 차분하게 앞으로의 일이 잘 진척되고 불필요한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헤아리는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일단 저지르고 난 후 치명적인 실수라도 발견하게 되면 처음부터 일이 막힌 셈이 되어 여러모로 골치 아픈 상황을 맞게 됩니다.
입만 열면 행동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은 무턱대고 저지르면 자칫 잘못된 것을 수습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위험성입니다. 전략 없이 경기에 나서는 축구 감독은 없습니다. 전략 없이 전장으로 향하는 사령관도 없습니다. 전략과 다르게 전개되는 돌발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책을 마련했기에 경기와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것입니다. 행동부터 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사람의 일에 하늘의 뜻이 얹어질 때 일이 되는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행동'의 가치에 현혹되지 말고 진퇴의 시점을 아는 지혜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당장 행동에 나서는 것보다 행동하고자 하는 마음을 억누르고 다시 한번 검토의 지겨움을 감내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