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IV

by 오종호

그랬던 뻥카가 권토중래한 것이다. 그것도 열두 살이나 어린 새 신부를 맞이하는 자리에 오푼이 멤버를 모조리 초대하는 방법으로.


일가 친척 외에는 오푼이 멤버만을 하객으로 초대한 뻥카의 인사말은 녀석이 여전하다는 증거였음에도 불구하고 하객들 틈에서 부사장의 얼굴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 자신이 뻥카의 사촌 형이며 자신이 친구의 회사 부사장으로 오게 된 이유는 회사의 상장 작업을 돕기 위해서라고, 그동안 자신이 직원들을 괴롭혔던 이유는 회사와 함께 갈 진짜 인재들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얘기했을 때 시바르는 깜빡 속아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부사장의 성씨도 방가였던 것이다.


아울러 뻥카가 피로연에서 그간 마음을 다잡고 중국의 글로벌 가전업체 한국지사의 영업이사직을 맡아 최선을 다해 일하여 3년 만에 국내 가전업계 점유율 10%를 막 넘어섰다고 명함을 건네며 정직한 방면으로도 자신의 세일즈 능력만큼은 진짜였다고 말할 때 결국 사람이라는 게 철이 들긴 드는 모양이라고 시바르는 생각했다. 또한 자신의 사촌 형이 자신을 간접적으로 돕기 위해서라도 대기업 가전분야에 계속 있을 수 없었기에 회사를 옮겨야 했는데 때마침 가장 전도유망한 무역회사의 사장이 사촌 형의 친구였고, 그 회사가 상장할 자격이 된지라 여러모로 좋은 그림이었는데 그 회사에 시바르가 있었던 것은 드디어 시바르의 앞날에도 광명이 비칠 때가 된 것 같다고 축하했을 때는 기분마저 야릇해지는 것이었다.


주전자는 멀쩡한 술병들을 놔두고 하객들이 남겨 놓은 술병들을 털어 마시느라 여념이 없다가도 어차피 다 지난 일이니 친구들끼리 화해하고 앞으로는 친하게 지내자는 말을 어른스럽게 술기운에 꺼냈다. 늦게 도착한 뻐꺼지는 자신이 결혼을 안 한 덕에 뻥카가 두 번 장가갈 수 있었던 거라며 인생은 결국 제로썸이라고 일장연설을 하려다가 주전자가 재빨리 열린 입 안에 털어 넣은 소주 한 잔으로 첫사랑을 그리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하지만 결국 방글라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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