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밤,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던 어둠
저녁을 먹고 난 지교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이 원래 그렇듯 예기치 않게 맞닥뜨린 환경에서의 낯섦도 묵묵히 인내하였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한없이 선한 눈으로 자신에게 다가온 운명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가늠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자기 자신의 현재로 머물기 위한 모습이었다.
밤 산책을 마치고 지교의 취침시간이 되자 식구들은 푹신한 이불이 깔려 있는, 미리 준비한 지교의 크레이트(안내견 학교에서 사용하던 것과 동일한 것. crate)에 지교를 들여 보내고 잘 자라는 인사를 나누었다. 첫날은 환경이 바뀐 데서 오는 스트레스로 집에서 나와 환경을 탐색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물건을 물어뜯거나 할 수 있다는 훈련사의 설명과 조언에 따라 당시 초등 2학년인 딸의 안전을 위해 아내와 나는 크레이트의 문을 닫기로 했다.
지교를 입양하기로 결정한 후 내가 세운 간단한 원칙이 있었다. 단체 생활과 훈련으로 규율과 통제에 익숙한 지교를 최대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첫 번째였고, 사람이 아닌 개로서 지교가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제대로 공부하고 익히겠다는 것이었다. 꼭 이 원칙 때문이 아니라 지교의 눈빛과 몸가짐은 자신의 선함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어서 나는 크레이트의 문을 닫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지만 딸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아내의 의견은 충분히 존중해주어야 하는 것이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아내와 나는 몇 번이고 일어나 지교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최대한 조용히 다가가 지교를 살폈다. 심신이 피곤했는지 깊은 잠에 빠진 지교는 한 번도 깨지 않고 새근새근 낯선 곳에서의 새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내와 나는 지교를 위한 첫 번째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크레이트의 문을 버리는 것. 며칠 만에 크레이트 자체가 사라져버렸고 한 이불에서 뒹굴며 놀고 자는 사이로 곧장 진전되었지만 당시 아내는 지교가 침범해서는 안 되는 영역을 설정하고 그에 대해 결코 양보하지 않았다. 이불에 묻는, 눈처럼 쏟아져 내리는 지교의 털을 청소하기가 번거롭다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날 밤 같은 공간의 어둠 한 조각을 껴안고 잠들어 있던 새 생명의 숨소리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임을 나는 안다.
괜찮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오늘밤 나도 친구들이 무척 그립지만
곧 익숙해질 테니까요.
당신들의 설렘과
당신들의 두려움도
오래가지 않을 거예요.
당신들의 냄새가
내게 그렇게 말해주었거든요.
잘자요.
나도 푹 잠들게요.
잠은 행복의 원천.
사랑하는 이들끼리 함께하는 특권.
그러니 염려 말고 이젠 편히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