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사자와 같이

by 오종호


스승이 물었다.


"너는 요즘 무엇을 하느냐?"

"저는 요새 관세음보살을 합니다."

"그래, 관세음보살을 하니 어떤고?"

"제가 도를 통했는지 환히 알아보는 일이 생겼습니다. 신도 몇 사람이 절에 오는지 삼일 전에 미리 보이고요. 절에 군 기피자가 많은데 순경이 잡으러 오는 것이 이틀 전에 미리 보입니다."

"아, 그래? 허허. 그런 게 있어? 허허. 절에 무당이 하나 생겼구먼."


스승이 주장자를 탕탕 치더니 다시 물었다.


"이 소리 들었느냐?"

"예."

"방금 내가 무슨 법문을 했는고? 무슨 법문을 했지?"


제자는 전후 좌후 생각이 탁 끊어져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때 스승이 주장자로 어깨를 내리치며 말했다.


"허허, 이 놈이 다른 것은 다 안다더니 이것은 왜 모르는고?"


스승에게 한방 맞자 제자에게 일어났던 앞날이 보이는 현상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이 놈이 뭘 안다더니. 허허. 당장 가서 알아 오너라."


제자는 법문의 의미를 알기 위해 밤이고 낮이고, 밥을 먹는 중에도 잠을 청하려 잠자리에 누워서도, 하나의 생각에 매달렸지만 깨달음이 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밥을 하려고 아궁이에 불을 때던 중 활활 타오르던 불에서 불씨가 튀어나와 고무신에 불이 붙었다. 뜨거워서 정신없이 불을 끄는 찰나에 천근만근 짐을 내려놓듯 몸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곁에 있던 스님이 물었다.


"왜 그래?"

"스승께서 물은 법문이 있었는데 이제 알았습니다. 저는 글을 모르니 스님께서 좀 적어 주십시오."

"그래? 알았다. 말해 보거라."


부엌 안에 한 무더기 빛나는 둥근 불빛 천지를 덮고

솥 안에서 끓는 한소리 옛과 이제를 벗어났음이라.

주장자 치면서 무슨 법문이냐고 물으니

목전에 역력하여 다만 이것이다.


內火光蓋天地조내화광개천지

鼎中湯聲脫古今정중탕성탈고금

拄杖三下是何法주장삼하시하법

目前歷歷只底是목전력력지저시


오도송이 씌어진 종이를 들고 찾아가니 스승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허. 절에 들어와 삼십 년 동안 절밥을 먹으며 이 소리 한 번 못하는 놈들이 꽉 찼는데 네가 밥값을 했구나."



-조실 만옹滿翁 선사와 행자 시절의 학산 대원大元 스님의 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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