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주역 <7.지수사괘地水師卦>-육사

나아가지 말고 뒤로 물러나야 할 때다.

by 오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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六四 師左次 无咎

象曰 左次无咎 未失常也

육사 사좌차 무구

상왈 좌차무구 미실상야


-군대를 후퇴시켜 진영으로 물려도 허물이 없을 것이다.

-후퇴시켜 진영으로 물려도 허물이 없다는 것은 도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좌左'에는 '낮은 곳으로 물러나다'는 뜻이 있고, 우右에는 '높은 곳으로 오르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차次'는 '거처', '머무르는 곳'이니 군대로 보면 군대가 진을 치고 있는 곳(陣營)이 됩니다. 육사가 동하면 외괘가 진괘가 되니 여기에서 왼쪽의 뜻이 나옵니다. 진괘는 오행으로 목木이요, 목은 동쪽이며, 동쪽은 왼쪽을 의미합니다. 좌청룡左靑龍은 곧 동청룡東靑龍인 것이지요. 구사가 동하면 외호괘도 감괘가 되니 내괘 감괘 본진과 합류하는 상이 만들어집니다.


육사는 득위했으나 유약한 음입니다. 적과 강하게 맞부딪치기엔 힘이 부족한 상황이니 훗날을 기약하며 일단 안전한 위치로 물러나 내실을 기해야 하는 것이지요.


공부를 조금 해보니 세상 사는 이치는 '진퇴進退' 하나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퇴退가 더 중요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지요.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기를 원합니다. 승진하기를 기대합니다. 제자리 걸음도 싫어하는데 뒤로 물러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인간이 진進을 욕망하는 데는 시간이 뒤(과거)에서 앞(미래)으로 흘러간다고 여기는 인간 인식의 근본적 오류가 한몫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의 삶도 진보하는 것은 선善이요, 퇴보하는 것은 불선不善이라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인간이 생각하는 개인의 진보가 질량과 부피, 상하와 고저 같이 물질적으로 감각되는 지표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작년보다 연봉이 늘어나면 선한 것, 이전보다 큰 차로 바꾸면 선한 것, 상위 직급으로 승진하면 선한 것, 대기업에 입사하면 선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와 반대되는 상황이 되면 선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멈추고 물러날 때라는 것을 어렴풋이 포착하더라도 진進의 본능에 이끌려 무리하게 됩니다. 마음 속으로는 '나는 해낼 수 있다', '더 어려운 시절도 이겨냈다', '여기서 멈추면 나약한 것이다. 승부를 걸어야 한다'와 같은 자기최면을 걸면서 말입니다.


지수사괘 육사는 현명한 퇴退야말로 도道에 가까운 일임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2괘 중지곤괘 <단전>에서 '先迷失道 後順得常 선미실도 후순득상'을 풀이하면서 '상常'에 도의 뜻이 들어 있음을 얘기한 바 있습니다. 3괘 수뢰둔괘의 육이, 5괘 수천수괘의 초구에 나오는 상常에서 도를 연상하기를 잊지 않을 때 그 뜻을 보다 깊이 음미할 수 있습니다. '떳떳함'이라고 해석하여 눙치고 넘어가면 맛이 좀 밋밋하지요.


현명한 퇴가 왜 도가 될까요? 그것은 무위無爲로 하기 때문입니다. 'Doing without doing', 할까 말까 고민하지 않아도, 우왕좌왕하며 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무리하여 나아가느라 다 털려서 강제로 멀찍이 밀려나지 않고도, 물러날 때라는 것을 알고 자연스럽게 물러남을 실천하는 것, 그것이 도가 아니면 세상에 도는 없습니다. 계절이 다음 계절에게 자리를 내어주듯 물러나는 것이 퇴의 진선진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육사가 동하면 지괘는 40괘 뇌수해괘가 됩니다. 뇌수해괘의 괘사(解 利西南 无所往 其來復 吉 有攸往 夙 吉 해 이서남 무소왕 기래복 길 유유왕 숙 길)에 주둔지로 돌아오는 상이 있습니다. 나중에 뇌수해괘에서 함께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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