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주역 <9.풍천소축괘風天小畜卦>-단전과 대상전

by 오종호



彖曰 小畜 柔得位而上下應之 曰小畜 健而巽 剛中而志行 乃亨 密雲不雨 尙往也 自我西郊 施未行也

단왈 소축 유득위이상하응지 왈소축 건이손 강중이지행 내형 밀운불우 상왕야 자아서교 시미행야


-<단전>에 말했다. 소축은 유가 득위하고 상하가 이에 응하기에 소축이라고 한다. 건괘와 손괘가 만났는데 강이 득중하여 뜻이 행해지니 형통하다. 구름이 빽빽한데 비가 오지 않는 것은 오히려 구름이 떠나가기 때문이다. 내가 서쪽 교외에 머무른다는 것은 베풂이 행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을 정도로 평이한 내용입니다. 그래서 살짝 다른 방향에서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풍천소축괘는 육사 음 하나가 득위하여 상하의 양효들과 응비應比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육사가 아무리 득위했다고 하더라도 다섯 개의 양을 홀로 감당하기는 힘에 부치지요. 호괘가 38괘 화택규괘로 서로 소통하지 못하여 어긋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구름이 흩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상왕야尙往也).


어긋나면 모이기 쉽지 않고 쌓이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음은 양과 달리 부드럽습니다. 부드러움은 강함을 능히 감당하고 다스릴 수 있지요. 상대에게 굴복하기 싫어하는 자존심 강한 남자들도 기꺼이 무릎 꿇게 만드는 위력을 가진 존재가 여자입니다. 밖으로 펼치기만 하려는 남성성을 잡아 붙들어 안으로 응집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양의 기질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는 없지만 덕분에 일부라도 안에 모일 수 있기에 소축의 의미가 나오게 됩니다.


"남자 혼자는 돈 못 모은다. 빨리 결혼해라. 여자가 있어야 돈이 모인다." 총각 시절에 어른들이 자주 말하던 얘기였습니다. 양陽은 발산과 확장의 기질이며 음陰은 수렴과 응축의 성향입니다. 물질은 음의 기운으로 모으는 것이지요. 풍천소축괘를 볼 때마다 옛 어른들의 충고가 떠올라 웃음이 납니다. 남녀의 타고난 근원적인 속성이 서로 뒤섞이고 있는 오늘날에 꼭 들어맞는 얘기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음양 본래의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인간 사회의 균형과 조화가 무너지고 있는 까닭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시미행야'는 '자아서교'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알게 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象曰 風行天上 小畜 君子以 懿文德

상왈 풍행천상 소축 군자이 의문덕


-<대상전>에 말했다. 바람이 하늘 위에서 부는 것이 소축이다. 군자는 이를 본받아 학문의 덕을 아름답게 한다.



'문덕文德'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학문의 덕', '문인(文人)이 갖춘 위엄과 덕망'이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언뜻 소축과 문덕의 상관관계가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대산 선생님은 "하늘 위에 바람이 분다는 것은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고 있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은 문명과 문화를 조금씩 쌓아간다는 소축이기도 합니다"라고 설명했는데 뇌리에 콱 박히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지요. 호괘에서 문文과 덕德의 상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26괘 산천대축괘의 <대상전>과 비교함으로써 그 뜻을 선명하게 할 수 있습니다.


산천대축괘의 <대상전> 내용은 '象曰 天在山中 大畜 君子以 多識前言往行 以其畜德 상왈 천재산중 대축 군자이 다식전언왕행 이기축덕'입니다. '옛 말과 행실을 많이 알아 덕을 쌓는다'는 '다식전언왕행 이기축덕'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식多識'은 '박학다식博學多識'의 그 '다식'이지요. 산山이라는 실체에 의해 내괘 건괘가 가로막혀 마치 산이 하늘을 품은 것과 같은 상인데, 이는 하늘처럼 경계에 얽매이지 않는 방대한 학식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산이라는 상징물로 구체화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산이 하늘을 품은 것이니 곧 하늘에 넘칠 만큼의 학식이 인간의 인식으로는 산이라는 실체로 형상화됨으로써 그 규모가 뚜렷하게 가늠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산천대축괘에서는 산을 통해 '하늘'이 실체화될 수 있는데 반해 풍천소축괘에서는 바람으로 인해 '하늘'이 형체를 갖추지 못하고 형이상形而上의 상태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덕文德'이란 정신적 속성이요, 언제든 바람에 의해 흩어져 중단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실체적으로는 '소축'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공자는 2,5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대천재이자 성인聖人입니다. 시간의 검증을 거친 지혜만큼 현실을 사는데 힘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 길어야 몇 년을 버티다가 부질없이 사라지고 마는 자기계발서의 내용에 담긴 것은 '도구적 기술'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글쓴이를 비롯한 극소수의 경우에만 한정된 특수한 경험적 기술이기에 비현실적입니다. 우리가 공부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너무도 자명합니다.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4933693648?cat_id=50005785&frm=PBOKMOD&query=%EB%8B%B4%EB%B0%B1%ED%95%9C+%EC%A3%BC%EC%97%AD1&NaPm=ct%3Dl8z9z0hk%7Cci%3D37ef1692cd9a2edbfac894bd015df54b18f02dd2%7Ctr%3Dboknx%7Csn%3D95694%7Chk%3D8d2cfea620a3b6807b9a6bcf42ce19a7ef2243f7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담백한 주역 <9.풍천소축괘風天小畜卦>-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