彖曰 履 柔履剛也 說而應乎乾 是以履虎尾不咥人亨 剛中正 履帝位 而不疚 光明也
단왈 리 유리강야 열이응호건 시이이호미부질인형 강중정 이제위 이불구 광명야
-<단전>에 말했다. 리는 유가 강을 따르는 것이다. 기쁘게 하늘과 응하기에 '호랑이의 꼬리를 밟았는데 사람을 물지 않으니 형통한 것'이다. 강이 중정하여 제위에 올랐으니 병폐가 없다면 광명할 것이다.
'유리강야'는 육삼 음이 외괘 건괘를 따르는 것을 말합니다. 괘사 '이호미 부질인'을 다른 관점에서 다시 한 번 살펴보고 <단전> 첫머리의 의미를 이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력履歷'에서 보듯 리履에는 '경험', '실천'의 의미가 강하게 들어 있습니다. 신발을 신고 발자국을 내며 걸었으니 몸소 행하고 겪으면서 자취를 남기는 것입니다. 앞서 걸은 자의 흔적을 더듬어 따라가는 것 역시 리履입니다. 그래서 '이호미'는 '호랑이의 꼬리를 따른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건괘는 말(馬)의 상이지만 굳세고 강한 범의 기질을 품고 있기도 합니다.
구사가 건괘의 맨 아래에 있어 호랑이의 꼬리가 됩니다. 따라서 '유리강야'의 강은 외괘 전체이기도 하고 구사이기도 한 것입니다. 육삼은 상구와 정응하는데 바로 위에 상비相比의 관계에 있는 구사가 있으니 구사를 건드렸다가 구오와 상구의 심기를 거스른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외호괘가 손괘인데 외괘의 위치에서 보면 태괘가 됩니다. 태괘는 백호白虎이니 호랑이가 입을 벌려 이빨을 드러내고 물어뜯으려는 상이 나옵니다. 그런데 내호괘가 리괘이니 밝은 분별력을 갖추었기에 겨우 꼬리를 밟은 것으로 사람을 물지는 않습니다. 다만 옐로카드를 내밀 뿐이지요.
천택리괘의 괘상을 연못에 하늘이 비친 모습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연못은 하늘의 발자취를 품고 있지요. 그렇기에 연못은 하늘이 지나간 여정을 따라 진정한 하늘의 이치를 깨우치고자 합니다.
종합하면, 내괘 태괘가 외괘 건괘를 따르는 상황이 됩니다. 호괘가 57괘 풍화가인괘로 분별력을 갖추면 흉하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풍화가인괘의 괘사(이여정利女貞)대로 육삼 음이 바르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열이응호건'은 내괘 태괘가 외괘 건괘와 응한다는 뜻입니다.
'강중정'은 중정을 얻은 구오를 상징하며, '이제위'는 구오 임금의 자리에 있다는 뜻입니다. 중정한 구오가 내호괘 리괘 밝은 빛으로 천하를 비추듯한 모습이 되어 공자가 '광명光明'을 얘기한 것입니다.
象曰 上天下澤 履 君子以 辯上下 定民志
상왈 상천하택 리 군자이 변상하 정민지
-<대상전>에 말했다. 위에는 하늘, 아래에는 연못이 있는 것이 리다. 군자는 이를 본받아 위아래를 분별하고 백성의 뜻을 정한다.
군자는 하늘을 품되 자신의 그릇에 담긴 하늘을 하늘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하늘은 결코 사람의 틀에 갇히지 않는 것이지요.
역사에는 자기에게 유리한 점에 대해서만 하늘의 뜻이라고 호도하면서 백성들을 착취한 권력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자들의 언행이야말로 하늘이라는 호랑이의 꼬리를 건드리는 것과 같지요. 도가 지나친 권력자들을 향해 어느 순간 하늘은 인간이 두려워하는 호랑이의 얼굴이 되어 입을 벌리는 법입니다.
백성을 하늘로 보면 권력자들이 바르게 정치를 하는 한 가끔 꼬리를 밟는 정도는 백성들이 너그럽게 이해해 줍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는 순간 거대한 한마리 호랑이가 되어 세상을 뒤엎어 버리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