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교는 비 오는 날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산책하기도 싫어하고 배변도 하지 않으려 해서 처음엔 무척이나 걱정이 많았다. 빗물이 익숙한 냄새를 모두 씻어 버려 배변할 장소를 새로 물색하는데 애로가 있기 때문인데 단 한 번도 소변을 생략한 경우는 없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릴 적 비와 관련된 좋지 않은 추억이 있음이 분명했다.
지교가 비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비가 내리는 날 우산을 쓰지 않고 지교처럼 우비를 입은 후 빗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지교에게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지교야, 비가 온다. 비 맞으면 기분이 좋단다. 아빠하고 기분 좋게 비 맞으며 놀자꾸나.”
목과 가슴을 쓰다듬으며 비가 와서 아빠 마음이 설렌다는 느낌을 전해주기 위해 매번 노력했다. 비를 맞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치는 지와 상관없이 나는 지금도 비 내리는 날 지교와 함께 비를 맞으며 산책하는 것이 좋다. 지교의 비 트라우마도 그렇게 많이 사라진 느낌이 든다.
비를 싫어하는 녀석이 눈 오는 날이면 천상 개의 모습을 보여준다. 신이 나서 팔짝팔짝 뛰며 활짝 웃는가 하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감상에 빠져드는 듯한 표정을 지을 때면 나 역시 저절로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어린 시절 내가 놀던 그 모양대로 동네 아이들이 공원 언덕에서 비닐 썰매를 타며 왁자지껄 놀 때면 아이들에게 순한 강아지임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후 풀어주곤 했는데 급 흥분해서 함께 놀겠다고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습이 그렇게 귀엽고 예쁠 수 없었다.
창 밖으로 함박눈이 소담스럽게 내리는 아침은 지교와의 첫 산책이 특히 행복하다. 빨리 나가자고 보채는 지교의 표정에 설렘이 가득하다. 발 시리다고 오른쪽 뒷발을 들고 서 있을 때 발을 입김으로 ‘호’ 불어 녹여주면 마냥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 지교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올 겨울에는 눈이 자주 오기를 기대해 본다.
아빠
하늘에서 별이 쏟아져요.
천사처럼 하얀 별들이 세상으로 날아와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별들이 풀과 나무와 흙 위에 내려요.
그리고 아빠 머리 위에 내 몸 위에 앉아요.
아빠 알아요?
이 별들은 먼저 떠난 우주의 모든 생명체들이
남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내리는 선물이란 걸
우리도 언젠가 이렇게 반갑게 인사 나누리란 걸
- 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