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이나 수업, 술 약속으로 인해 늦게 돌아오는 밤이면 식구들이 잠에서 깨지 않게 최대한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다. 문 저편에서는 자다가 발소리에 깬 지교가 자리하고 있음을 나는 이미 느끼고 있다.
꼬리를 펄럭이며 졸음 한 가득한 눈이지만 졸음을 없애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나를 반겨주는 지교와 마주한다. 이어지는 키스 세례. 얼굴부터 시작해서 왼손 오른손, 오른손 왼손… 늘 반복되는 일이지만 매번 말할 수 없이 가슴 뭉클하다.
고마운 지교에게 나도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며 잠자리로 데려가도 장장 5분 동안 눈을 지긋이 감고 나와의 재회 의식을 모두 다 끝낸 후에야 지교는 비로소 다시 잠을 잇는다.
잠든 지교에게 입맞춤해주며 나도 하루를 고마운 마음으로 마무리 짓는다. 누군들 나의 하루를 이토록 고맙게 쓰다듬어 줄 것인가…
아빠다!
기다리던 아빠다.
내가 그리워하던 아빠다.
아빠도 나를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아빠 아빠 아빠 아빠다.
아빠 맞다!
아빠아아아.
왜 이리 늦었어요?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잠 깨웠다고 미안해하지 말아요.
이것은 나의 삶, 나의 기쁨
건강하게 다시 돌아와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 지교
* 이제 만 열 살이 넘은 지교가 나의 귀가를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다. 청력이 눈에 띄게 감소했고, 아무리 신경 써서 관리해도 피부병이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몸에 생긴 5개의 혹이 지방종이라며 종합검진 결과 매우 건강한 상태니 걱정하지 말라는 서울대 동물병원의 진단 브리핑 시간에 나는 하마터면 눈물이 터질 뻔했다.
*우리는 때때로 동물들을 말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동물들이 정신적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댄다. 즉 “동물들은 생각을 안해, 그러니까 그들은 말을 안 하는 거야”라고. 그러나 동물들은 그냥 말하지 않을 뿐 거기에 다른 이유란 없다. - 비트겐슈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