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툭… 툭… 투두두두두두둑
빗방울이 도시의 물체들과 충돌하는 소리엔 공명이 없습니다.
나는
지상 위에 솟아 있는 것들을 모두 부숴버릴 듯 맹렬히 내려오는 장대비도
달콤한 잠결에 꿈결처럼 차분히 왔다가는 이스랭이도
땅에 도착하기 훨씬 오래 전에 구별할 수 있습니다.
구름주머니에 바람 새는 소리부터 다르니까요.
예전엔
구름을 제일 먼저 비집고 튀어나온 물방울 소리에 잠을 깨면
귀를 쫑긋 세우고 기대감에 잔뜩 설레곤 했었죠.
녀석들이 흙, 모래, 돌멩이, 풀, 나뭇잎을 두드리는 리듬감에
어찌나 털들이 파르르 떨려 오던지요, 휴...
거기다 단단한 나뭇가지들 사이를 여러 번 부딪치며 내는 그 현란한 음의 울림이란!
아침 산책이 못 견디게 기다려진 건 나만은 아니었을 거에요.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자는 친구들의 표정엔 미소가 가득했었거든요.
아파트 벽에 부딪히는 소리,
아스팔트 바닥을 때리는 소리에는 강약의 구분이 없어요.
드럼을 세게 두드리기만 하는
초보의 연주와 같다고나 할까요?
귀를 닫고 빨리 깊은 잠에 빠져버리고 싶다는 생각만 반복하게 되죠. 아시죠 나 예민한 거?
안 그래도 잘 깨는데 오늘 같은 밤은 아주 죽음이죠.
정말 끔찍한 게 뭔지 아세요?
도시에 내리는 비는 냄새를 모두 지워버려요, 다 없애버려요.
다 끌어안고 버무려서 풍겨주는 비 내린 다음날의 흙 냄새가 너무 그립답니다.
돌아보면 그 때가 참 웰빙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이 싫으냐구요? 오우 노우!
비오면 좀 센티멘탈해져서 그렇지 지금이 훨 낫기야 낫죠.
비 오는 날 나의 우울함을 눈치채고
늘 우산도 없이 모자만 눌러쓰고 같이 걸어 다니는 아빠도 있고,
언제나 맛난 음식을 준비해주고 같이 놀아주고 긁어주고 쓰다듬어주는 엄마도 있고,
귀엽고 착한 누나도 있으니까요.
그 중에서 최고는 역시 우리 아빠!
규율에 얽매이기 보다 자유롭게 나의 개성대로
견생을 살라 용기를 북돋우는 아빠의 진정한 가르침!
추워지겠죠, 이 비가 그치면.
미안해질 거에요, 아침에 아빠를 깨우기가.
그런데 그거 아세요? 아빠가 내 덕에 얼마나 건강해졌는지?
아빠는 늘 내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하죠.
그때마다 얼굴에 한 가득 침을 발라드리는 착한 아들입니다 나는^^
- 지교, 몇 년 전 가을에.
*올 여름은 유난히 비가 많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이 이 지구를 치유하기 위해 행하는 일입니다. 날씨를 조절해 기후를 지키려는 깊은 뜻입니다. 어제 <뉴스공장>을 들으며 하늘의 뜻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