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마들을 길들여 탁월한 경주마로 육성한 뒤 비싸게 팔아 큰 돈을 번 목장주인은 오늘도 흐뭇한 마음으로 털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말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땅딸막한 다리에 볼품없는 갈기를 가진, 흡사 거사의 마지막 순간에 당나귀가 몰래 끼어들었다가 잽싸게 사라진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 만들 정도로 당나귀를 닮은 외모를 가진 작은 말에 눈이 닿자 즐거운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하수구 냄새처럼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었다.
뭐든 작아서 숏이라고 이름 붙여 버린 그 말의 아비는 세계경마대회에서 5회 연속 우승을 한 전설적인 말, 트라이엄프였다. 트라이엄프를 교배시키는 날, 목장 주인은 자신에게 다시 한 번 빛나는 영광을 선사해 줄 새로운 전설을 맞이할 기분으로 들떠 있었다. 그의 손에서 길러진 많은 말들이 목장의 이름을 드높여 주었지만 그 어떤 말도 트라이엄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트라이엄프가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다음날 온 매스컴에서 트라이엄프의 고향을 취재하러 오는 바람에 목장은 며칠 간 북새통을 이루었고, 귀국한 기수와 협회 관계자들이 자신에게 큰 선물을 들고 감사하기 위해 찾아온 그 날은 목장 주인에겐 그야말로 자기 인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한 멋진 순간이었다.
드디어 트라이엄프 2세가 탄생하는 날, 산 위로 고개를 내민 동그란 해는 눈부시게 찬란한 햇살을 목장에 뿌려 주었고, 이른 새벽부터 분주히 먹이를 물고 둥지를 오가던 새들의 노랫소리는 목장주인을 부자로 만들어 줄 서막이 열리는 완벽한 하루를 예고하는 것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게 왠걸, 무수히 새끼를 받아 본 목장 주인의 눈에 숏은 위대한 경주마의 후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최악의 신체조건을 갖고 있었다. 때마침 친한 기자 몇 명이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경주마의 후예가 탄생하는 순간을 취재하기 위해 동석하였기에 주인의 실망감은 더욱 큰 것이었다.
숏은 단 한 번도 아프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났지만 주인 앞에서 단 한 번도 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어 보았지만 태어났을 때의 신체구조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숏은 날마다 목장에서 유유히 걸어 다니며 풀을 뜯어 먹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낼 뿐이었다.
“트라이엄프가 어떤 말이냐. 트라이엄프는 아무 문제가 없을 거야, 없고 말고. 이게 다 저 밭의 문제인 거야, 틀림없어.”
주인은 숏의 몸을 핥아주고 있던 어미 말과 멀찍이 떨어져 모자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서 있는 트라이엄프를 번갈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한 달 간의 휴식기간이 끝나면 트라이엄프는 다시 트랙으로 돌아가 마지막 불꽃을 활활 태우고 돌아올 것이었다. 트라이엄프가 돌아와 종마로서 최대한 많은 새끼를 낳아 주어야 더 많은 돈을 벌고 자신과 목장은 더욱 찬란한 영광을 차지할 것이었기에 주인은 트라이엄프가 떠나면 숏의 어미를 팔아 버리고 값이 많이 나가더라도 최고의 씨암말을 사와야겠노라 마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