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주역 <23.산지박괘山地剝卦>-단전과 대상전

by 오종호



彖曰 剝剝也 柔變剛也 不利有攸往 小人長也 順而止之 觀象也 君子尙 消息盈虛 天行也

단왈 박박야 유변강야 불리유유왕 소인장야 순이지지 관상야 군자상 소식영허 천행야


-<단전>에 말했다. 박은 깎는 것이다. 유가 강을 변하게 하는 것이다. 나아가면 이로울 것이 없는 까닭은 소인의 세력이 크기 때문이다. 순하게 그친다는 것은 괘의 상을 본 것이다. 군자는 소식영허하는 하늘의 운행을 숭상한다.



특별히 언급할 대목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인장야'에서 장長은 육양인 1괘 중천건괘에서 초효가 음으로 바뀐(일음시생) 44괘 천풍구괘를 시작으로 음이 점차 자라(성장成長하여) 세력을 이룬 형국을 말합니다.


'순이지지'는 내괘 곤괘에서 순順의 상이, 외괘 간괘에서 지止의 상이 나오는 것입니다. 괘상을 보고 얘기하는 것이지요. 시절이 수상하니 나아가지 말고 순리대로 멈춰야 하는 것입니다. 산지박괘가 음이 양을 잠식해 소인배들이 판치는 엄혹한 시절을 상징하지만, 이 역시 장구한 우주의 시간에서 보면 나쁘고 좋고를 논할 필요가 없다는 속뜻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관점으로는 온통 절망스러운 시기이지만 멀리서 보면 땅 위의 산처럼 순하고 두터운 덕이 있는 때인 것이지요.


'천장지구天長地久'라는 유명한 홍콩 영화가 있지요. <<도덕경>> 7장에 나오는 표현으로 '하늘과 땅처럼 영구히 변함없음'을 말합니다. 천장天長이 지구라면 소인장小人長은 지구 위에 있는 모래알 하나 정도의 크기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늘의 영원성에 비하면 소인들이 잠시 득세하는 세월은 그저 찰나에 불과한 것입니다. 당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괴롭기 그지 없는 절망의 나날이겠지만 긴 역사의 진보 과정에서 보면 희망을 품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절망 속에서 희망이 찾아오기를 마냥 기다리는 자세와는 거리가 멉니다. 반드시 찾아올 희망의 새날이기에 하루속히 절망의 날을 끝내기 위해 분연히 일어날 수 있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친일의 이유를 일본이 영원히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라거나, 먹고 살기 위해서 그땐 다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하는 것이 구차한 까닭입니다.


그래서 공자는 '소식영허'하는 하늘의 운행 이치를 아는 것이 소중하다고 말합니다. 소消는 양이 점점 사그라들고 소멸하는 것입니다. 그림으로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plus.PNG


息은 양이 점차 자라고 번식하는 것입니다.


minus.PNG


盈은 양이 가득 차는 것이니 1괘 중천건괘요, 허虛는 양이 텅 빈 것이니 2괘 중지곤괘重地坤卦가 됩니다.


이렇듯 '소식영허'의 이치를 안다면 '모든 것은 지나가고 동시에 모든 것은 다가온다'는 진리 안에서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象曰 山附於地 剝 上以 厚下 安宅

상왈 산부어지 박 상이 후하 안택


-<대상전>에 말했다. 산이 땅에 붙어 있는 것이 박이다. 상은 이를 본받아 아래를 두텁게 하여 집을 편안하게 한다.



'상上'은 혼자 양으로 있는 상구를 말합니다. 산지박괘는 평평한 땅에 산이 솟아 있는 아름다운 모습에 대해 얘기하는 괘가 아닙니다. 결국 산이 깎이고 무너지게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 이치를 안다면 재물을 산처럼 쌓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재물산을 덜어 아래를 채워 주는 것이겠지요. '소식영허'가 하늘의 운행 원리일진대 일시적으로 쌓은 인간의 재산이 영원할 리 있겠습니까? 그저 탐욕일 뿐이지요. 결국 모든 것은 순환의 이치를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순환의 이치를 거부하면 결국 하늘에게 두드려 맞게 되어 있습니다.


'택宅'은 집안이요, 조직이며, 나라입니다. 윗사람, 가진 사람은 쌓인 것을 아래로 내려보내는 것으로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자신이 축적하고 취득한 돈과 명예를 온전히 자기 노력에 대한 합당한 대가로 인식한다면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하늘 아래 그 어떤 것도 혼자만의 힘으로 일궈낸 것이 아닙니다. 이 생각에 미치지 못하면 하늘이 강제로 깨닫게 해주는 때가 도래하게 되는 것입니다.




仁者難逢思有常 인자난봉사유상

平生愼勿恃無傷 평생신물시무상

爭先路徑機關惡 쟁선로경기관악

近後語言滋味長 근후어언자미장

爽口物多終作疾 상구물다종작질

快心事過必爲殃 쾌심사과필위앙

與其病後能求藥 여기병후능구약

孰若病前能自防 숙약병전능자방


어진 이도 한결 같은 마음의 도를 만나기 어려우니

평생을 삼가서 상하지 않을 것이라 자부하지 말라.

앞서기를 다투는 길에서는 수레가 망가질 뿐이니

가까이하여 말을 나누는 편이 더 재미있을 것이다.

맛있다고 많이 먹으면 결국 병을 만들 뿐이요

유쾌한 일이 지나치면 반드시 재앙이 되는 법이다.

병에 걸려 약을 구하기 보다는

병들기 전에 스스로 예방하는 편이 낫지 않은가.


-인자음仁者吟 / 소강절卲康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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