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교와 산책하다 보면 원치 않아도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과 마주하게 된다. 때로는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로 기분 좋은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을 연속해서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놀랍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천편일률적인 사람들의 반응에 직면하게 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의 가장 흔한 반응은 “와, 크다” 또는 “와, 엄청 크다” 정도다. 가끔은 “와, 고놈 참 크다. 송아지 만하네”와 같은 과장법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들은 표현 중 그야말로 과장법의 압권은 “와, 고놈 크네. 황소만하네 황소”다.
그래도 이 정도의 반응은 약과다. 무섭다고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나 소리를 질러대는 성인들을 만나게 되면 당혹스럽다. 지교는 나와 함께 그저 자기의 길을 가는 것뿐인데 지레 겁먹은 사람들이 보이는 괴기스러운 반응은 유쾌한 산책을 방해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 정도 역시 별 것 아니다. 쿨하게 죄송하다는 인사를 하고 지나가면 된다. 안내견이라고, 세상에서 가장 순한 견종이라고, 마음이와 같은 종류의 개라고 친절하게 얘기하면 그제서야 두려움을 풀고 미안하다고 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매번 귀찮긴 하지만 감정을 상하게 하진 않는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경우는 다가와서 따지는 사람과 마주하는 것이다.
그들의 얘기는 보통 “왜 이런 큰 맹견을 보호장구도 없이 데리고 다니느냐?”로 시작한다. 친절하게 설명해도 어릴 때 개한테 물렸던 기억 때문에 그렇다면서 자신의 무지를 변호하기 일쑤다. 미안하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시간낭비, 감정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 나도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가려 하는데 아주 가끔 “사람 다니는 길에 개 데리고 다니지 말라”면서 상대방이 끝까지 시비를 걸게 되면 참기 어렵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참을 밖에. 어릴 때 개에 물릴만한 사람이지 않은가. 지금도 사람은 동물을 무시해도 된다는 천박한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으니 그런 사람은 여전히 개에 물릴 확률에 노출된 사람이다.
학생들은 질문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 개 물어요?”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 다음이 “몇 살이에요?”, 그리고 “남자예요, 여자예요?”이다. 본능적으로 지교를 만져보고 싶은 마음에 이런 식으로 질문하는 학생들에게 나는 어떤 개를 만나든 인사하고 싶다면 “이 개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으라고 안내해준다. 개를 하나의 존재로 인정하는 태도와 개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방식의 첫걸음이 이름을 불러주는 것임을 알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무는 개, 물지 않는 개, 남자 개, 여자 개’ 이런 식으로 개를 인식하지 않는 학생들이 한 명이라도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지교는 안다.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정확히 구별해 낸다. 마음에 조금이라도 두려움을 갖고 있거나 꺼려하는 표정을 짓고 다가오는 사람은 바로 외면하지만, 반대로 활짝 웃으며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은 예쁨을 받기 위해 충분히 기다려준다. 그리고 다음에 그 사람을 또 만나게 되면 기가 막히게 기억해준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신에게 우호적으로 다가오는 상대방이 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다르지 않다.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의 따뜻한 마음이 ‘나’의 마음에 와 닿는 것을 실감하듯 동물도 마찬가지다. 널리 알려진, 유튜브에서 찾아볼 때마다 매번 동일한 크기의 감동이 전해지는 크리스티앙이라는 이름의 사자 이야기가 있다. 하물며 사자와 같은 맹수도 그와 같을진대 반려견과의 교감의 크기는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기 어렵다. 또한, 반려견을 키우면서도 학대하거나 장난감처럼 데리고 놀다가 나이 들어 병들면 남의 눈을 피해 매몰차게 버리는 사람들은 차마 몸 안에 따뜻한 피가 흐르는 존재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 지교를 끔찍이도 두려워하거나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들과 마주칠 때 서늘함이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지구는 살아 있다. 지구 위의 모든 생명체들이 지구를 살아 있게 하는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영화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은 곧 지구에 다름 아니다. 반려견들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을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다만 동시대의 짧은 삶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 공유는 우리의 내면을 변화시킴으로써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 당신도 당신의 감정을 뭉클하게 할 당신만의 충직한 친구를 만날 수 있기를 빈다. 분양이 아닌 입양을 통해서. 가족이 되고 싶어하는 수많은 친구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 만남으로 시작된 교감이 당신을 바꾸고 당신이 세상을 바꾸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개는 자기 자신보다 당신을 더 사랑하는 이 세상의 유일한 생명체일 것이다. – 조쉬 빌링스
딸이 초등학교 4학년 때 그린 지교
어느 화가의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