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주역 <33.천산둔괘天山遯卦>-단전과 대상전

by 오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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彖曰 遯亨 遯而亨也 剛當位而應 與時行也 小利貞 浸而長也 遯之時義 大矣哉

단왈 둔형 둔이형야 강당위이응 여시행야 소리정 침이장야 둔지시의 대의재


-<단전>에 말했다. 둔형이란 물러나면 형통하다는 것이다. 강은 마땅한 자리에 위치하고 응하여 있으니 때에 맞춰 행할 수 있는 것이다. 바르게 하면 조금 이로운 까닭은 점차 자라나기 때문이니 둔의 때에 순응함이 크도다!



'강剛'은 구오이지요. 득위, 득중하였으니 있어야 할 자리에 마땅히 있는 것이요 육이와 정응하고 있으니 소인배들의 세력과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균형이 무너져 소인배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이 되어 더 이상 일을 도모할 수 없는 때가 이르렀다고 판단할 경우 진퇴의 시점을 현명하게 가늠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강당위이응 여시행야'의 의미입니다.


'침이장야'는 일음이 시생한 44괘 천풍구괘로부터 음이 더 자라나 천산둔괘가 되었듯이 음의 세력이 점점 강해져 양의 영역을 침식해 들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12괘 천지비괘, 20괘 풍지관괘, 23괘 산지박괘, 2괘 중지곤괘로 음이 커지는 것이지요. 이런 시절에는 큰 이로움이 없는 것입니다. 괘사에서 얘기한 것과 같은 작은 이로움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때에 순응하는 것은 억지로 무리하지 않는 것입니다. 일전을 불사하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아도, 막상 미래를 위한 잠재력마저 절멸되고 나면 다시 희망의 불씨를 지피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象曰 天下有山 遯 君子以 遠小人 不惡而嚴

상왈 천하유산 둔 군자이 원소인 불악이엄


-<대상전>에 말했다. 하늘 아래에 산이 있는 것이 둔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소인을 멀리하되 악하게 하지 않고 엄하게 한다.



소인들의 세력이 아무리 산처럼 기세등등하게 올라온다고 해도 하늘에 이를 수는 없습니다. 뭇 생명들을 모두 숙살할 듯한 날카롭기 그지없는 바위산도 결국 하늘 아래 뫼일 뿐이지요.


군자들의 뜻을 소인배들은 알기 어렵습니다. 산이 하늘을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군자라면 그저 소인들로부터 멀어지는 편이 차라리 낫다는 것을 압니다. 대신 악하게 하진 않지요. 하늘이 산을 붕괴시키지는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만일 가깝게 지내던 누군가가 우리의 뒤에서 악담을 일삼고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그냥 내버려둬야 합니다. 그렇게 살다 죽으라고 말입니다. 그저 멀어지면 그 뿐이지요. 대신 인간을 만나고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우리 자신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는 계기로 삼으면 족한 것입니다. 그래서 '엄嚴'은 군자 자신을 향한 마음가짐으로도 읽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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