彖曰 睽 火動而上 澤動而下 二女同居 其志不同行 說而麗乎明 柔進而上行 得中而應乎剛 是以小事吉 天地睽而其事同也 男女睽而其志通也 萬物睽而其事類也 睽之時用 大矣哉
단왈 규 화동이상 택동이하 이녀동거 기지부동행 열이려호명 유진이상행 득중이응호강 시이소사길 천지규이기사동야 남년규이기지통야 만물규이기사류야 규지시용 대의재
-<단전>에 말했다. 규는 불이 움직여 위로 오르고 못이 움직여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고, 두 여자가 함께 살지만 뜻이 같이 가지 못하는 것이다. 기뻐하여 밝은 데에 걸리고 유가 나아가 위로 향하여 중을 얻어 강에 응하기에 작은 일은 길한 것이다. 천지가 어그러져도 일은 동일하고 남녀가 달라도 뜻은 통하며 만물이 어긋나도 일은 유사하니 규의 때를 활용함이 크도다.
외괘 리괘는 불이니 위를 향해 움직이는 성질이 있는 반면에 내괘 태괘는 물이니 아래를 향해 흘러가는 성정이 있기에 서로 만나지 못하여 등지게 되니 사이가 벌어집니다. 이것이 '화동이상 택동이하'의 뜻이지요.
태괘는 소녀이고 리괘는 중녀이니 한 집에서 기거하더라도 잘 화합하지 못합니다. 장녀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태괘는 기쁨(說)의 속성이고, 리괘는 밝음(明)이자 걸리는 것(麗)이니 '열이려호명'입니다.
풍택중부괘의 육사가 구오 자리로 올라와 외괘의 중을 얻고 구오가 육사 자리로 내려와 화택규괘가 되어, 화택규괘의 육오가 구이와 정응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유진이상행 득중이응호강'의 의미입니다. 육오 리더가 음이니 큰 일은 어려워도 중정과 정응을 얻었기에 괘사에서 작은 일은 길하다고 한 것이라고 공자가 설명한 대목이 '시이소사길'입니다.
다음으로 천지와 남녀, 그리고 만물의 규睽를 각각 설명하고 있지요. 사동事同, 지통志通, 사류事類가 그것입니다.
하늘과 땅은 엄연히 다릅니다. 하늘의 이치를 땅이 수렴하여 만물을 기르는 것이지요. 하지만 땅이 하는 일이란 곧 하늘이 해야 할 일을 대행하는 것이니 결국 땅의 일이 하늘의 일입니다. '사동事同'인 것입니다.
남녀의 다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주자연의 일원으로서 땅의 기름을 받고 저마다 고유한 목표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습니다. '지통志通'입니다.
만물은 각각의 개성을 뽐내며 살아 갑니다. 각자의 생존과 번식, 그것이 각 물物의 목적입니다. 그러나 그 목적은 우주자연의 조화와 균형의 원리 안에서 작동합니다. 그래서 '사류事類'의 뜻이 나옵니다.
'시용時用'은 '때의 활용'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29괘 중수감괘, 38괘 화택규괘, 39괘 수산건괘의 <단전>에 들어 있다고 했습니다.
象曰 上火下澤 睽 君子以 同而異
상왈 상화하택 규 군자이 동이이
-<대상전>에 말했다. 위에 불이 있고 아래에 못이 있는 것이 규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같으면서도 다르게 한다.
같다는 것이 좋을 듯해도 모든 사람은 본시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같음에는 인위성이 개입됩니다. 남녀가 연애할 때는 안 보면 보고 싶고 만나면 좋은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막상 결혼하면 부딪히는 일이 잦아집니다. 서로 다른 개성과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동일한 생활공간에서 맞춰 가며 산다는 것은 자기 고유의 개성과 삶의 양식을 죽이는 일이 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완벽한 동일성을 부부 간의 조화라고 착각하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같이 살되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의 삶의 패턴을 어느 정도 보장해 줄 때 공통적 생활 영역에서 두 사람의 조화가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논어>> <자로子路>편에 '子曰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자왈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라고 했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화합하되 부화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부화뇌동할 뿐 화합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중용>>에도 '君子 和而不流 强哉矯 中立而不倚 强哉矯 國有道 不變塞焉 强哉矯 國無道 至死不變 强哉矯 군자 화이불류 강재교 중립이불의 강재교 국유도 불변색언 강재교 국무도 지사불변 강재교'라는 대목이 있지요. '군자는 화합하되 휩쓸리지 않으니 그런 것이 진정한 강함이다. 가운데 서서 치우치지 않으니 그런 것이 진정한 강함이다. 나라에 도가 있어 곤궁했던 시절의 마음이 변치 않으니 그런 것이 진정한 강함이다. 나라에 도가 없을지라도 죽음 앞에서도 지조가 변하지 않으니 그런 것이 진정한 강함이다'라는 뜻입니다.
같이 많이 붙어 있는다고 사랑이 아니고 우정이 아닙니다. 한 공간에 있지 않아도 언제나 함께 소통하고 일할 수 있는 시대에 사람과 사람의 잦은 어울림은 감정적 만족을 위한 스킨십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나약함의 발로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따로 떨어져 있을 때, 그래서 자발적 고독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때 사람은 성장할 수 있으며, 만남의 신선함과 충만함을 지속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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