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주역 <38.화택규괘火澤暌卦>-상구

의심으로 인해 오해가 생기는 시기이니 자중하며 오해를 풀라.

by 오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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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九 睽孤 見豕負塗 載鬼一車 先張之弧 後說之弧 匪寇婚媾 往遇雨則吉

象曰 遇雨之吉 群疑亡也

상구 규고 견시부도 재귀일거 선장지호 후탈지호 비구혼구 왕우우즉길

상왈 우우지길 군의망야


-어긋나서 외로운데 진흙으로 뒤범벅된 돼지와 귀신을 실은 수레가 보이니 먼저 활 시위를 당기다가 이후 활을 거둔다. 도둑이 아니라 혼인하러 온 것이기 때문이다. 가서 비를 만나면 길할 것이다.

-비를 만나 길하게 되는 것은 모든 의심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규고'는 구사 효사에서도 등장한 바 있습니다. 상구가 정응하는 육삼과 만나고자 해도 외호괘 감괘가 가로막고 있으니 고孤의 상이 나옵니다. '견見'은 외괘 리괘에서 나오는 상이지요(리위목離爲目). '시豕'는 외호괘 감괘에서 나옵니다(감위시坎爲豕).


'도塗'는 상구가 동할 때 변하는 외괘 진괘에서 나옵니다(진위대도震爲大塗). 본래는 진괘가 나아감을 뜻하니 '길, 도로'의 의미가 강하지요. 여기에서는 감괘 위에 진괘가 놓였으니 길이 물을 머금어 진흙탕이 된 상태입니다. 감괘 위에 진괘가 있는 모습을 감괘가 진괘를 짊어졌다(負)고 표현했습니다. 돼지가 진창에 빠져 온몸에 진흙투성이인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변한 외괘 진괘를 상구 입장에서 보면 간괘가 되니 상구가 육삼에게 가는 길이 막혀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귀鬼'도 감괘에서 나오는 상입니다. <설괘전> 감괘에 '기어여야위다생其於輿也爲多眚'이라고 하였지요. '수레에 있어서는 재앙이 많은 것이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의 귀신은 재앙(眚)을 은유한 것입니다. 외괘 리괘도 수레의 상인데 외괘와 외호괘를 함께 보면 리괘에 감괘의 절반이 걸려 있는 모습과도 같지요. 그러니 귀신을 실은 수레의 의미가 나오게 됩니다.


진흙 범벅의 흉한 몰골의 돼지에 귀신까지 보이니 상구가 활을 들어 화살을 물리고 시위를 힘껏 잡아당깁니다. 그러다가 활을 내려놓지요. 도적처럼 흉포한 무리인 줄 알았는데 자신을 만나러 온 육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가 해도 결국 의미는 간단합니다. 육삼 효사를 떠올려 보면 우리는 육삼이 상구를 만나러 오는 길이 얼마나 험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수레는 뒤로 끌리고 소는 막히며 수행하던 사람들은 몸이 상하는 고난의 길이었지요. 그러니 험한 여정 끝에 나타난 육삼의 모습을 돼지와 귀신에 비유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겉모습만을 보고 흉악한 자라고 생각하며 경계하지만 상구는 이내 자신을 만나러 온 육삼임을 알아채고 긴장을 푸는 것입니다.


활과 도적도 모두 감괘에서 나오는 상입니다(감위궁륜爲弓輪, 감위도坎爲盜)...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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