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주역 <39.수산건괘水山蹇卦>-괘사

무작정 움직이지 말라. 지혜로운 사람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따르라.

by 오종호


아무리 강한 의지로 밀어붙인다고 해도 안 될 일은 되지 않습니다. 한 겨울에 헐렁한 여름철 복장으로 높은 산을 오르고 깊은 물을 건너려 하면서 동상조차 걸리지 않고 멀쩡히 돌아오겠다는 호언장담을 해봤자 결과는 뻔합니다. 누구에게나 육체적, 정신적 한계는 존재하는 법이지요. 한계를 인정하는 자세는 겸손한 것입니다. 한계를 인정하고 자신의 한계를 확장시켜 줄 사람을 찾아 조언을 구하는 태도는 지혜로운 것입니다. 실력도 능력도 없이 자기 자신에 대한 과도한 믿음만 있는 사람은 그래서 위험합니다. 펼쳐야 할 때와 움츠려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하면서 혜안을 갖춘 이의 권고도 무시하니 일단 저질렀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를 수습하는 일이 반복되기 쉽습니다.



蹇 利西南 不利東北 利見大人 貞吉

건 이서남 불리동북 이견대인 정길


-서남쪽은 이롭고 동북쪽은 불리하다. 대인을 만나는 것이 이로우며 바르게 해야 길할 것이다.



<서괘전>에 '睽者乖也 乖必有難 故受之以蹇 규자괴야 괴필유난 고수지이건'이라고 했습니다. '규(화택규)는 어긋나는 것으로 어긋나면 반드시 어려움이 있기에 건(수산건)으로 받았다'는 뜻입니다.


괘상 자체가 높은 산을 힘겹게 넘었더니 험한 물이 나타나는 형국으로 고난을 암시하는 괘입니다. 건蹇은 찰 한(寒)과 발 족(足)의 합자로, 추운 겨울날 발에 동상이 걸려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을 가진 글자입니다. 그래서 '절뚝발이 건'입니다. 엄동설한에 깊은 산속을 헤매고 얼어붙은 물 위를 건너느라 고생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니, 3괘 수뢰둔괘, 29괘 중수감괘, 47괘 택수곤괘와 함께 주역의 4대 난괘難卦로 꼽히는 이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후천팔괘도에서 서남 방향은 곤괘, 동북 방향은 간괘입니다. 각각 평지와 산이니 괘사에서 서남 방향은 이롭고 동북 방향은 불리하다고 한 이유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가장 중요한 일은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깨닫는 것입니다. 멘탈이 무너져 술과 게으름에 빠진 채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문제이지만, 고난에서 속히 벗어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재난을 맞아 고통받은 자영업자 분들이 많았습니다. 거래처나 채권자들로부터 결제대금 독촉을 받다 보면 스트레스가 극심해지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술을 마시거나 사채를 쓰는 것은 위기를 가중시킬 뿐입니다. 가슴이 답답해질 때마다 심호흡을 하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눈앞의 문제를 직시해야 합니다. 이때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돌파구가 되지요.


명리학과 주역의 쓰임이 참으로 큽니다. 지혜의 학문이 들려주는 깊은 조언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은 정도正道를 따라 어려움을 담담히 헤쳐 나갑니다. 자신의 성공을 확신하는 사람은 위기의 극복을 성공에 이르는 과정의 일부로 생각하지요. 매력적인 영화 주인공은 고난에 처하지 않는 자가 아니라 온갖 난관을 겪으면서도 끝내 멋진 성공 스토리를 쓰는 캐릭터임을 아는 것입니다.


만일 지금 짙은 고난의 안개에 휩싸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괘사처럼 대인을 찾아 조언을 구해야 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길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지요. 요령을 부리지 않고 바르게 걸어가면 반드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선명한 미래의 청사진과 함께 말입니다.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4933713657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