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주역 <39.수산건괘水山蹇卦>-단전과 대상전

by 오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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彖曰 蹇難也 險在前也 見險而能止 知矣哉 蹇利西南 往得中也 不利東北 其道窮也 利見大人 往有功也 當位貞吉 以正邦也 蹇之時用 大矣哉

단왈 건난야 험재전야 견험이능지 지의재 건리서남 왕득중야 불리동북 기도궁야 이견대인 왕유공야 당위정길 이정방야 건지시용 대의재


-<단전>에 말했다. 건은 어려움이다. 험한 것이 앞에 있는데 험한 것을 보고 그칠 수 있으면 알게 되도다. 어려울 때 서남쪽으로 가면 이로운 것은 가서 중을 얻기 때문이요, 동북쪽으로 가면 불리한 것은 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대인을 만나면 이로운 것은 가면 공이 있기 때문이요, 자리가 마땅하니 바르게 해야 길하다는 것은 나라를 바로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건의 때를 활용함이 크도다.



실패가 훤히 예견되는 상황인데도 모든 것을 걸고 뛰어드는 것은 용기 있는 것이 아니라 무지無知한 것이지요. 공자가 지知를 얘기한 까닭입니다.


후천팔괘로 서남쪽은 곤괘의 방위니 드넓은 평지가 펼쳐져 중도를 행할 수 있지만 동북쪽은 간괘의 방위니 험준한 산맥에 가로막혀 길이 끊어집니다. '도궁道窮'을 '도가 궁해진다'라고 풀이하지 않고 '길이 막힌다'고 직역할 때 오히려 은유적 해석이 되어 의미가 잘 전달되지요.


2괘 중지곤괘 괘사에서도 '西南得朋 東北喪朋 서남득붕 동북상붕'이라고 하여 서남과 동북이 가리키는 바가 후천팔괘의 방위임을 알려줍니다. 오행의 상극과 같은 개념을 적용하여 이상하게 해석하지 말아야 합니다.


'당위'는 초효를 제외한 다른 효들이 득위한 상태를 말합니다. 난관을 헤치고 나아가는 힘은 정확한 현실인식에 근거한 자기 역량의 발휘에 있습니다. 상황이 어려우면 감정이 흔들리기 마련이고 중심을 잃은 상태에서는 우선순위에 따라 일하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느라 불필요한 에너지를 의미 없는 것에 낭비하기 십상이지요.


위기에 처했을 때 담담하게 위기를 다루며 사태를 해결해 가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전세계에서 코로나19에 가장 잘 대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상황을 제어할 역량을 가진 적임자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마땅한 자리에 임명하고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위기 앞에서 개인이 자신의 몸 하나를 추스르는 것도 버거운데 전지구적 재난 하에서 국가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하여 성과를 내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지요.


'시용'은 '때의 활용'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29괘 중수감괘, 38괘 화택규괘의 <단전>에도 들어 있습니다.




象曰 山上有水 蹇 君子以 反身脩德

상왈 산상유수 건 군자이 반신수덕


-<대상전>에 말했다. 산 위에 물이 있는 것이 건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자신을 돌이켜 반성하고 덕을 닦는다.



'반신'은 37괘 풍화가인괘 상구의 <소상전>에 나왔던 표현입니다. 드높은 산 앞에 멈추어 서서 자기 자신의 내면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것이 반신입니다. 물을 보면서 상선上善의 가치를 맑게 배우는 것이 '수덕'이겠지요.


간괘와 감괘의 합작품인 수산건괘의 어려움을 맞아 군자는 괴로움에 술을 마시거나 억울해 하지 않고 담담히 자기 자신을 먼저 가다듬는 기회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바다가 뒤흔드는 대로 감정이 마구 파도치게 내버려두는 일은 매우 쉬운 일입니다. 감정의 파도를 가라앉혀 세상의 바다를 다시 항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드는 일이야 말로 진정한 군자의 선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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