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III

가나다라 시리즈

by 오종호


가벼워 너무 가벼워 내릴 수가 없었어.

나무가 되기에 나는 너무 가벼웠단 말이다.

다리 없이 땅을 디딜 도리가 있지 않았다고

라디오가 그 시절의 노래를 불쑥 디밀었다.

마구 엉켜오는 심란한 얼굴들, 이야기들.

바라보고 선다는 건 얼마나 낯선 일인가.

사람들에게서 멀어지는 버릇이 생겨나고

아직 날개가 돋아나지 않은 서툰 몸으로

자꾸 비상하지 않으면 추락하는 운명이란

차라리 바람으로 떠도는 것보다 못한 것을.

카프카의 도시에서 나는 벌레가 되어 왔다.

타자로 누군가의 안을 파고 들지 못하는 존재.

파티는 끝나기 위해서 시작된 것은 아니리라.

하루의 끝에서 나의 곁에 잠들 이는 누구인가.


architecture-4906146_1920.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뒤늦게 달리기 시작한 작은 말V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