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라 시리즈
가버린 날들은 오아시스 같은 것. 머무름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나는 자유다, 자유다!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나 역시.
다가올 날들이란 없다, 나는 다만 현재의 것. 기쁘지 않은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여, 나를 알아보는 이 역시 아무도 없구나.
마치 단 한 순간도 세상에 존재한 적 없었던 것처럼, 나는 침묵 속에 있다.
바쁠 일도 없다, 바라는 것이 없으니. 꽃처럼 피었었으니 낙엽처럼 지면 그만.
사막의 모래알처럼, 사랑은 신화다 그대여. 아무도 우리의 사랑을 찾을 수 없다.
아침에 눈이 떠져도 우리가 서로를 향해 출발할 일은 없을 것이다.
자전거, 그녀의 자전거가 다른 사랑을 향해 달려가기를, 나는 바랐다.
차창 밖에서 유럽의 가을이 떨어져 나뒹굴고 있었다.
카페마다 우리가 흘렸던 말과 웃음이 그 속에 섞여 있었다.
타향일 수밖에. 인간에게 고향은 없다. 우주 속 지구조차 노마드인 것을.
파란 창문이 열리는 밤마다 그래도 그대들의 별을 바라보겠다, 사랑했던 이들이여.
하루 끝에서 날마다 행복하기를. 나의 곁에서 잠들 별들, 별빛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