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명예를 단호히 벗어 던지라. 진짜 명예를 얻을 것이다.
六五 射雉一矢亡 終以譽命
象曰 終以譽命 上逮也
육오 사치일시망 종이예명
상왈 종이예명 상체야
-꿩을 쏘아 한 화살에 없애니 천명을 기리고 마치게 될 것이다.
-천명을 기리고 마친다는 것은 위에 이르는 것이다.
'사射'는 육이에서 육오까지 네 개의 효가 만드는 대감大坎의 상에서 나옵니다(감위궁륜坎爲弓輪). 활을 쏘는 것이지요. '치雉'는 외괘 리괘의 상입니다(리위치離爲雉).
외호괘와 내호괘를 합친 감괘가 리괘를 일거에 제압합니다. 감괘 화살 한 방에 꿩이 즉사하는 것이지요.
주역을 읽을 때 우리는 비유에 사로잡히는 대신 비유가 가리키고 있는 본뜻을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육오는 화산려괘 여섯 개의 효 가운데 유일하게 나그네 여(旅) 자가 쓰이지 않은 효입니다. 육오는 나그네가 아니라는 점을 간파해야 하는 것입니다.
육오는 내괘 간괘 산 위를 나는 꿩이요, 산 위 높은 하늘에 걸려 환히 빛나는 해와 같습니다. 높고 귀한 존재인 것입니다. 꿩을 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걷어 내는 것입니다. 리괘는 물질문명을 뜻하니 세속적 부와 명예에 얽매이지 않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것입니다. 육오 자신이 외괘 리괘의 체體 안에 있는 데, 그 체體를 화살로 쏴서 죽여 없애고 어둠으로 빛을 사라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꿩과 화살에 집착하여 리괘와 감괘에 내포된 여타 상징들에 대한 연상을 중단하면 안 됩니다. 많은 상징 중에서 하나만 차용되어 비유적으로 쓰였을 뿐입니다. 특정 대상과 현상 하나에도 비유는 다수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육오가 동하면 괘 전체가 대손大巽의 상이 되니 세상의 조명으로부터 겸손하게 물러나는 것입니다. 외괘와 외호괘가 건괘로 변하니 꿩과 해가 사라지자 내괘 간괘 산 위로 드넓은 하늘이 보입니다. 멋진 꿩이 하늘을 비행하고 눈부신 태양이 떠 있는 날이면 우리는 하늘이 그곳에 늘 있다는 사실을 잊기 쉽습니다. 배경으로 하늘을 밀어내고 욕망을 투영한 대상에 시선을 두고 맙니다. 마치 유명인을 보는 대중처럼 말이지요.
스타와도 같은 육오는 이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기를 보느라 더 중요한 것에 눈이 멀어 있다는 점 말입니다. 또한 자신은 꿩도 해도 아니라는 명백한 진실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세상이 만든 그럴듯한 이미지 곧 '시뮬라크르'에 불과한 것이지요. 그래서 육오는 그 가상假像을 향해 화살을 날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스펙타클의 사회'가 빚은 허상을 부수는 것이요 그 사회에서 달성된 자기 욕망을 자발적으로 벗어던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육오가 외괘에서 득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정도正道가 무엇인지를 아는 지혜로운 자인 것이지요...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