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의 추억III

by 오종호

별이 뜨지 않는 날은 없다, 당신이 눈을 뜨고 있는 한.


이튿날 산행 초기에 들른 작은 분지. 신기한 모양의 풀들과 안개가 어우러져 이국적 정취를 한껏 자아내었다.


해발 3720m에 위치한 호롬보 산장을 목표로 올라가는 이틀차의 산행을 맞이한 것은 짙은 안개였다. 건기에는 1%도 되지 않는다는 비올 확률이 우리의 머리 위로 정확히 낙하했다.


5~7시간이 걸린다는 등반 시간은 무려 12시간이 소요되었고, 비바람 탓에 급격히 차가워진 날씨로 인해 사람들에게서 고산증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가 아침부터 자취를 감춘 탓에 이른 시간에 어둠이 찾아왔고 다급해진 가이드들이 후반부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고지 적응을 위한 폴레폴레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사투의 양상으로 변해 있었다.


건물마다 새어 나오는 몇 개의 희미한 불빛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암흑에 갇힌 호롬보 산장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극심한 피로에 지쳐 있었다. 고산증이 찾아온 이들은 저녁 식사를 건너뛴 채 서둘러 침낭 속을 파고들었고, 남은 자들은 쉽사리 적응되지 않는 탄자니아의 음식 냄새에 넌더리를 내며 따뜻한 차와 커피로 얼어붙은 몸을 녹일 뿐이었다.


비는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먹구름 가득한 하늘이 열리며 하나 둘 별이 얼굴을 들이밀더니 밤이 깊어지자 전날의 밤처럼 유리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장관이 연출되었다.


킬리만자로의 하늘에 별이 뜨지 않는 날은 없을 것만 같았다. 킬리만자로의 밤하늘에서 나는 깨달았다. 내 머리 위의 하늘이 나에게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것을 들여다볼 줄 아는 눈을 갖는 것은 나의 몫일 수밖에 없음을.



킬리만자로의 밤하늘을 스마트폰에 담을 재주가 내게는 없다. 그곳에서는 당신의 머리 위로 이런 하늘이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