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간 고생한다. 함께할 만한 역량이 되지 않는 사람은 쓰지 말라.
<참고: 다른 매거진에 잘못 저장되었던 것을 바로잡았더니 순서가 뒤틀렸네요.>
九三 高宗伐鬼方 三年克之 小人勿用
象曰 三年克之 憊也
구삼 고종벌귀방 삼년극지 소인물용
상왈 삼년극지 비야
-고종이 귀방을 정벌할 때 삼 년 만에 해냈으니 소인은 쓰지 말아야 한다.
-삼 년 만에 해냈다는 것은 고단했다는 것이다.
'고종'은 은나라의 23대 왕입니다. 구삼이 동하면 내괘가 진괘가 되는데 진괘는 장남을 뜻하니 여기에서 왕의 상을 차용했습니다.
'벌'은 구삼이 동할 때의 내괘 진괘와 외호괘 리괘에서 나옵니다. 무기 리괘를 들고 진괘로 진격하는 것이지요.
'귀방'은 사전에 '남쪽의 둘째 별자리인 귀성鬼星이 있다는 방위'라고 되어 있습니다. 곧 남쪽을 의미하지요. 괘에서 각 효의 위 방향이 남쪽이라고 했지요. 즉 구삼은 정응하는 상육을 치러 남쪽으로 향하는 것입니다. 외괘가 어두운 감괘니 여기에서 '귀鬼'의 상이 나옵니다.
외호괘 리괘의 빛으로 외괘 감괘의 어둠을 모두 몰아내는데 3년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리괘에서 숫자 3이 나오지요.
'소인물용'은 7괘 지수사괘 상육 효사에 등장했던 표현입니다(上六 大君有命 開國承家 小人勿用 상육 대군유명 개국승가 소인물용 / 대군이 명을 내려 나라를 열고 조정을 이을 때 소인은 쓰지 말아야 한다). 전쟁의 예를 들고 있는 위 효사와의 공통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삼이 동하면 외호괘가 간괘로 변하는데 간괘는 소남小男이니 여기에서 소인의 상이 나옵니다. 소인을 썼다가는 앞길이 막혀 정벌에 장애가 되는 것이지요.
3년 만에 승리하여 정벌을 마쳤다는 것의 의미를 공자는 '비憊' 한 글자로 정리합니다. 구삼이 동할 때의 지괘가 3괘 수뢰둔괘이니 여기에서 이 글자가 뜻하는 고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뢰둔괘 괘사는 '屯 元亨利貞 勿用有攸往 利建侯 둔 원형이정 물용유유왕 이건후 / 매우 형통하니 바르게 하면 이롭다. 나아가지 말고 제후를 세우는 것이 이로울 것이다'입니다. 수뢰둔괘 육삼 효사는 '六三 卽鹿无虞 惟入于林中 君子幾 不如舍 往吝 육삼 즉록무우 유입우림중 군자기 불여사 왕린 / 사슴을 쫓는 데 몰이꾼이 없다. 홀로 숲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군자가 기미를 살펴 그만두는 것만 같지 못하다. 가면 인색할 것이다'입니다.
고생고생해서 3년 만에 전쟁에서 이길 정도의 성과를 거둔다면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나쁜 것이 아니겠지요? 하지만 원래 나의 시장, 나의 먹거리였는데 신규 경쟁자가 진입해 상도의를 어기면서까지 '누가 끝까지 버티나 어디 한 번 보자' 식으로 벌인 가격 경쟁에서 겨우 살아남은 것이라면 상처 뿐인 영광일 것입니다. 과도한 출혈로 인해 이익을 전혀 내지 못했는데 새로운 업체가 나타나 다시 유사한 전술을 구사한다면 그야말로 골치 아픈 상황에 처하게 되겠지요? 이런 절체절명의 환경에서 '회사에 비전이 없군. 빨리 다른 데 알아봐야겠어'와 같은 생각을 하는 직원들이 있다면 상황의 개선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경쟁에서 겨우 승리하는데 3년씩이나 걸린 것도 직원들의 열의가 뜨겁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혼자 일할 수는 없습니다. 함께 일해야 한다면 서로 믿고 일하는 사이가 되어야 하지요. 직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게 만드는 것은 분명 리더의 역량에 달려있지만 그럼에도 리더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얻고 모두를 일 잘하는 사람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사람만큼 고쳐 쓰기 어려운 존재는 없으니까요.